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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조세영] 중·일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포석

“TPP보다 한·일 FTA로 과감하게 방향 전환해 실용적 협력의 동력 확보해야”

입력 : 2014-11-13 02:23/수정 : 2014-11-13 15:21
[시사풍향계-조세영] 중·일 정상회담 이후 한국의 포석 기사의 사진
지난 7일 중국과 일본이 2년 반 만에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고 4개항의 합의문서까지 내놓자 한국에는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한국만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한·일 관계에서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말고 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3일 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전격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일변했다. 중·일 정상회담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더 이상 초점이 아니고, 대신 한·중 FTA 이후의 포석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한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나 한·중·일 FTA보다 먼저 단독으로 한·중 FTA를 체결하기로 정치적 결단을 했고, 이에 따라 중국 중심의 경제 질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는 일본 언론의 분석(니혼게이자이신문 11월 11일자)처럼 한·중 FTA 타결은 국제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변화에 대응하기 바쁜 외교는 피곤하다. 변화는 쉴 새 없이 밀려오고 거기에 대응하며 쫓아가는 일은 끝이 없기 때문이다. 선제적으로 치고 나가는 외교가 필요하다.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한발 앞선 포석을 두어 나가면 상황에 끌려다니는 대신 상황을 끌고 나갈 수 있다.

2011년 10월 한·미 FTA에 대한 미국 측 비준이 완료되자 그 다음 FTA 상대국을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일본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중국과의 FTA를 먼저 추진하기로 했다. 균형 잡힌 외교를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고 그 효과는 이번 한·중 FTA 타결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으로 미묘한 한·중 관계에 좋은 균형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도 잘 나타나 있다.

한편 중·일 정상회담은 APEC의 주최국인 중국이 체면 때문에라도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은 제한적인 의미를 가질 뿐 중·일 관계의 본격적인 개선으로 연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도 이번에는 양국 정상이 만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다. 중·일 관계의 실질적인 진전보다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불의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위기관리 차원에서 양국 정상 간에 최소한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으로서는 중·일 정상회담 때문에 한·일 관계를 다시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포석을 어떻게 두어 가느냐를 고민해야 할 때다.

첫째, 대일 외교가 정상회담 개최 문제로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상회담이 여의치 않다면 당분간 ‘정상회담 없는 한·일 관계’를 잘 꾸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이나 도쿄에서 양국 외교장관회담을 여는 것이 급선무다.

둘째, 한·중·일 3국 협력도 좋은 포석이 될 수 있다. 2년째 개최되지 못하고 있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가능하도록 한국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2008년부터 어렵게 시작된 3국 정상회담의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일본과의 양자관계와는 분리해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추진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그런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셋째, TPP보다는 한·일 FTA로 방향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한·미 FTA라는 강력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데다 TPP 12개 회원국 가운데 9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한 한국 입장에서 TPP에 가입하는 추가적인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 게다가 11월 10일 베이징에서 개최된 TPP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타결 시기 합의에 실패함으로써 TPP 교섭의 조기 타결 전망은 상당히 불투명해졌다.

그렇다면 한·일 FTA로 과감한 전환을 하여 실용적 한·일 협력의 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미국 중국 EU 일본 등 4대 거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은 유일한 허브 국가로서 한국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것이 낫다. TPP에 끌려다니기보다는 한·일 FTA로 상황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조세영(동서대 특임교수·전 외교부 동북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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