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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윤종빈] 공무원연금 개혁, 야당도 나서라

“공무원노조 눈치보면 안 돼… 발목잡기 할 경우 다음 총선 때 혹독한 심판 받을 것”

[시사풍향계-윤종빈]  공무원연금 개혁, 야당도 나서라 기사의 사진
새누리당이 지난 27일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지급 개시 연령을 현행 60세에서 2031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늦추고 고액 수령자의 연금을 더 많이 깎고 하위직의 삭감 폭을 줄이는 ‘하후상박’ 설계를 제시했다. 지난 17일 발표된 정부안의 내용을 좀 더 강화한 것이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정치권은 ‘연금개혁’ 정국에 돌입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정당성과 시급성은 이미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전국공무원노조의 반발과 여야의 협상이 난제(難題)로 도사리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십자가를 져야 한다”며 연내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8일 김 대표가 대표 발의하고 158명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서명한 법안이 제출됐다. ‘당론 입법’이 어렵사리 성과를 거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김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매우 비장한 모습이다. 만일 내년 봄까지 법안 처리에 성공한다면 역사적 성과를 인정받아 거침없이 대선 가도를 달릴 것이고, 실패한다면 책임론에 휩싸여 정치적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당리당략적 접근을 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미래가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고 있지만 야당의 적극적인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개혁의 전제조건으로 언급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합의는 이미 충분하게 형성되어 있다. 자신들의 지지 세력인 공무원노조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면 옳지 않다. 오히려 다수의 일반 국민들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너무나도 단호한 입장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개혁 대안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지금까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아마도 정부와 여당이 개혁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 입법이 흐지부지될 것으로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야당의 공적연금발전 TF는 지난 27일에야 첫 회의를 개최했다. 강기정 위원장은 여당의 개혁안을 “하후상박이 아닌 하박상박의 개악안”이라고 혹평했다.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비판을 위한 비판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연금 개혁안을 준비 중이라는 생뚱맞은 발언을 했다. 누가 얼마나 더 내면 얼마를 더 받을 수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야 한다. 그의 말대로라면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이 더 악화되고 재정적자는 더욱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과연 공무원연금 개혁이 가능할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 과거처럼 공무원노조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부와 여당의 조율이라는 첫 장애물은 무사히 통과했다. 이제 공은 야당에 넘어갔다. 야당이 자신의 안을 갖고 여당과 공무원노조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야당의 주장대로 장기적 관점에서 모든 공적연금을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방관자처럼 발목잡기용 비판으로 일관한다면 개혁실패 시 책임론에 휩싸여 2016년 총선 국면에서 국민의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 어젠다를 여당에 선점당해 수세 국면이라는 것을 깨닫고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투쟁 일변도의 ‘강한 정당’의 선명성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지난 27일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보고한 현실 진단이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의 국정 운영에 공동의 책임을 지는, 상생의 정치를 추구하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여년간 공무원연금 개혁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정치권의 의지 부족이었다. 다행히 대통령과 여당은 이미 공무원연금 개혁에 정치적 명운(命運)을 걸었다. 이제 야당이 역사적 과업에 동참할지를 결정해야 할 때다.

윤종빈(명지대 교수·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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