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사풍향계

[시사풍향계-윤석헌] KB금융 이사회의 책임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회장·행장 선임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기본”

[시사풍향계-윤석헌] KB금융 이사회의 책임 기사의 사진
지난 5월부터 무려 다섯 달을 끌어온 KB금융 사태가 회장과 행장 해임을 고비로 수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이 사태는 한국금융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금융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을 높였다. 어제 금융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금융신뢰지수가 89.5점으로 부정적이었고, 이달 초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세계 80위에 불과했다.

정작 문제의 심각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며 KB금융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데 있다. KB금융의 경우 어윤대-임영록이 갈등을 벌였고 그 전에 황영기-강정원의 갈등도 있었다. 우리금융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러한 문제들의 배경 이유로 두 가지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획일적 도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했다. 은행이 전체 금융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넘는 우리 현실에서 은행 편중을 완화하려는 시도가 결실을 보지 못하는 것인데, 업종 간 시너지 창출은 물론 다각화 자체가 부진하고 수익성도 악화되었으며 금융 비전은 사라지고 사고의 얼룩만 쌓여간다.

둘째는 낙하산들 간의 권력투쟁이다. 이번 KB금융 사태에서 드러났듯 회장과 행장이 서로 다른 연으로 내려오다 보니 타협과 협력이 사라지고 조직 내 위계질서도 무너져 주전산기 교체라는 경영 이슈조차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결과가 초래됐다.

금융 당국의 책임도 크다. 정식으로 검사 요청을 받고도 우물쭈물하다 골든타임을 놓쳐 문제를 악화시켰고, 그 후 이어진 고무줄 제재는 일관성과 공정성을 상실했다. 당초 금감원이 중징계를 예고한 뒤 제재심의위원회가 경징계로 판단했고 이를 금감원장이 다시 중징계로 수정했으며, 마지막으로 금융위가 직무정지 3개월로 제재 수준을 다시 강화한 것도 감독 당국의 신뢰를 손상시켰다. 국민들은 아직도 누가 무슨 이유로 제재를 받았는지 혼란스럽다. 그룹 내에서 이들을 감시·감독해야 할 이사들의 책임도 작지 않다. 문제의 숙성을 방치하여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결과가 초래됐다. 사외이사가 금융 당국의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지적도 있고, 주주 가치 하락과 평판 훼손을 예방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이제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KB금융 이사회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회장과 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주회사체제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KB금융의 미래 전략 방향에 대한 고려가 우선될 필요가 있다. 지주회사체제를 버릴 경우 대안이 마땅치 않다. 그래서 이를 포기하는 것보다 운영의 묘를 살려 문제점을 극복하는 게 바람직한데, KB금융의 전통적 강점인 소매금융 분야 특화를 통해 겸업화의 폭을 좁히는 방향으로 운영의 묘를 살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그룹 내 회장과 행장 간 역할 차이가 크지 않아 겸직을 허용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만약 KB금융이 겸업화 전략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면 컨트롤타워로서 회장의 존재는 당연히 중요하다. 따라서 양자 간 분리가 필요하고 겸업화 추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회장과 행장 선임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명성을 제고하여 낙하산 인사를 차단하는 것이다. 일각에서 이사회가 이번 회장추천위원회를 꾸릴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이는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적이지 못하다. 주식회사 회장 선임에 금융위나 금감원이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는 또 다른 관치금융이고 이번 사건에서 이들의 책임이 이사회보다 작다고 하기도 어렵다. 결국 이사회가 주주, 노조, 고객 등 의견을 폭넓게 반영해 선임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되 그 결과에 대해 주주에게 책임지는 게 순리다.

KB금융 이사회가 훌륭한 인재를 새로운 회장과 행장으로 모시어 낙하산 없는 KB금융 지배구조의 기원을 이루고 큰 발전을 이루기 바란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