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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정인] 거래는 끝났지만

“넉 달 앞으로 다가온 배출권거래제 시행…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지원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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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 1월 202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및 부문별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골자는 2020년 BAU(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30%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산업, 수송, 건물 등 7개 부문별 감축 정책과 이행 수단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중 수송 부문의 감축 목표는 34.3%로 산업 부문의 18.5%에 비해 월등히 높다. 에너지 다소비에 익숙한 체제를 바꾸어야 한다고 판단한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시행을 코앞에 두고 있던 배출권거래제와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는 그야말로 부처 간의 거래로 운명이 엇갈리게 되었다. 거래제는 예정대로 2015년 시행하는 대신 협력금제는 무려 6년 뒤인 2021년부터 시행키로 늦춘 것이다. 거래제의 경우도 정부는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이번에도 산업계에 많은 양보를 했다. 즉 업종별 온실가스 감축률을 당초 예정보다 10%씩 낮추고, 간접배출 및 발전 분야에 대한 감축 부담을 할당위원회에서 추가로 완화하기로 했다. 할당량을 못 지킬 경우 내야 하는 t당 과징금을 최대 10만원에서 1만원으로 재설정했다. 또한 2020년 이후 장기 BAU를 산정할 때 기존에 계산한 2015∼2020년까지의 BAU도 재검토할 계획이다. 정부로서는 거래에서 남는 이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불평등 거래를 한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한국이 국제사회에 천명한 약속이다. 국제 협상에서 한국정부는 의무 감축 목표를 설정하라는 압박을 끊임없이 받아 왔었다. 이런 압박을 물리치기 위해 자발적으로 규제와 감축 목표를 세워 외국의 압박을 피해간 것이다. 이제 외국의 시선은 곱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국제사회는 2011년 더반 플랫폼으로 알려진 협의에서 2차 공약 기간을 2013년에서 2020년까지 연장하고, 신기후체제 출범을 확정했다. 2013년에는 모든 국가가 2020년 이후의 감축 목표를 마련해 2015년까지 제시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시점에 감축 목표 재설정을 재검토한다거나 무늬만 갖춘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신뢰를 잃는 행위다.

무늬만 남은 거래제라고 해도 법은 법이니 온실가스 감축이 조금이라도 제대로 가도록 해야 한다. 우선 수송 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소를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저탄소차 협력금 제도 시행이 6년 미루어졌지만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대한 지원은 대폭 늘려야 한다. 자동차 소비문화를 바꾸는 의미에서도 이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자동차 업계는 6년을 벌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경쟁력에서 6년 뒤처지게 됐다는 각오로 자동차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두 번째로는 거래제 1기인 2015∼2017년 동안에는 안 되겠지만 2기부터는 조기 감축 인정 부분에서 외부 감축 인정분을 현행 10%에서 대폭 올리는 방안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 번째는 비산업 부문인 수송, 유통 및 물류, 대형 건물 등에도 배출권거래제가 확대되도록 해야 한다. 유럽은 2013년부터 비산업 부문에도 이를 적용하고 있다. 관련법 특히 건물 부문의 법들을 재조정해 감축 노력이 더 확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네 번째는 신재생에너지 진흥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예컨대 폐열의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이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로는 전기 가격 현실화도 반드시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지금처럼 싼 전기요금으로는 배출권거래제의 성공을 보장할 수 없다.

일상생활이 거래의 연속이다. 이제는 온실가스도 거래를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거래가 지속적이고 유쾌하려면 몇 가지 단순한 원칙이 있다. 투명할 것, 조금이라도 서로가 이득이 남을 것, 공평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끔은 약간의 손해를 볼 생각을 감안할 것 등이다. 배출권거래제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거래제 시행이 이제 4개월밖에 안 남았으니 좋은 거래가 되도록 모두의 지혜와 양보가 필요한 시기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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