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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재익] 주택정책, 본래기능으로 돌아가야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질적 향상이라는 본래 목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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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또 다시 여섯 번째 대책을 내놓았다. 이 대책들의 주된 내용은 한결같이 집값 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으로 신도시 건설과 같은 대규모 주택 공급은 없으며, 재건축을 쉽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청약순위에 상관없이 누구나 집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등의 대책들은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신호로서 다분히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내용들이다.

대내외 경제 사정이 좋지 않는 데다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금융권의 부실채권 우려, 건설시장의 침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적정 수준의 경기부양 노력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신도시 건설과 같은 대규모 신개발보다 기존 시가지 내의 재개발을 지향하는 점도 농지 및 녹지 보전, 직주근접의 구현, 개발비용의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어 적절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주택정책의 주무부처에서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대책들의 근본 목적과 실현 가능성을 감안하면 서민용 주택정책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왜 이렇게 자주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가? 이것은 분명 그동안 내놓은 여러 번의 대책들이 기대했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작금의 주택시장 침체는 주택시장의 수급 상황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시장 기능의 결과일 것이다. 여러 번의 극약처방에도 효과가 없다면 문제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고 처방도 달라져야 마땅하다.

이번 대책이 ‘시장 과열기에 무리하게 도입된 제도를 완화’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번 조치도 시장의 정상화를 지향하지 않는 것이라면 향후에 ‘시장 침체기에 무리하게 완화한 제도를 강화’해야 할 대상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므로 가격 하락이 진정 문제가 된다면 보다 긴 안목으로 시장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차면 즉시 뜨거워져야 하고, 뜨거우면 급히 얼어붙어야 정책효과가 인정되는 근시안적 주택정책은 숱한 부작용을 낳으면서 비난의 대상이 되어오지 않았는가.

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는 주택정책이 부동산 가격 올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정책 본질에 관한 의구심이다. 정부가 집값을 올리고 또 각종 금융세제상의 혜택을 줄 테니 다주택 소유 여부에 상관 말고 집을 사라는 식의 정책은 정작 주택정책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무주택 서민을 철저하게 외면하는 것이다. 무주택 서민으로서는 집값이 오르면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고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책에도 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높여주기 위하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중소형 주택 의무 비율과 재개발사업 시의 임대주택 비율의 완화가 포함되어 있다.

원론적으로 말해 경제 회복으로 소득이 높아져야 진정한 주택 수요가 창출되고 주택시장이 살아난다. 소득 상승이 뒷받침되지 않는 수요 진작책은 반짝 효과에 그치거나 주택 소유의 편중을 심화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경제정책 당국으로 하여금 경쟁력 강화와 고용창출을 통하여 잠재수요자의 소득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그리고 주택정책 당국은 주택법에 명시된 바와 같이 주거빈곤 및 주거불안 계층을 위한 주거안정 방안에 초점을 두어야 정상적이다. 주택 가격을 올려야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는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주택 가격 상승에 기반을 둔 경기회복책은 IT, BT, NT 등의 기술이 주도하는 21세기 글로벌 경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개발지상주의 시대의 정책수단으로서 그 효과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주택정책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의 덫으로부터 벗어나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질적 향상이라는 본래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주택정책 대상자들에게 혜택을 주고 또 그들로부터 환영받는 주택정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원칙으로 돌아가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재익 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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