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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수곤] 땅속 지도가 필요하다

“서울시 주도로 토목지질공학도 작성해 도시계획, 설계, 시공에 적극 활용해야 ”

[시사풍향계-이수곤] 땅속 지도가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최근 서울 여의도, 잠실과 석촌동에서 싱크홀이 계속 발생해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싱크홀이란 땅속 지반이 취약해 상부 지표면이 움푹 꺼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국내에서도 간헐적으로 계속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인식 부족으로 인해 크게 사회문제가 된 적은 없다.

그러나 앞서 도시화가 진행된 선진 외국에서는 큰 사회문제로 부각돼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해결책으로 토목지질공학도를 만드는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선진 외국 대부분의 대도시는 1970년대부터 이 지도를 만들기 시작했다. 토목지질공학도란 땅속 지질을 조사해 어느 곳이 토사가 두껍고, 어떤 암석이 나오며, 토사와 암석이 어떤 강도이며, 지하수 높이는 어떻고, 암석의 파쇄 정도는 어떻고 하는 자료를 제공하는 것으로 땅 위에서의 각종 토목공사(터널, 건물 기초, 도로, 교량 등)가 안전하게 진척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지도다.

이 지도를 만들려면 지질학적인 지식은 기본이고 거기에 토목공학적 지식도 갖춘 융·복합적인 전문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지질학과 토목공학 분야가 성벽처럼 별개로 발전하고 있어 외국처럼 대학 과정에서 융·복합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령 국내에서 이런 지도를 만들려 해도 관련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더군다나 국내에서는 인식 부족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대도시에서 토목지질공학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채 각종 토목공사가 여기저기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국내에서 지질학을 전공하고, 영국 리즈(Leeds)대학에서 지질학과 토목공학을 융·복합적으로 배우는 토목지질공학을 전공했는데 공교롭게도 땅속의 동공 때문에 발생하는 지표면 싱크홀 위험을 극복하면서 대도시를 개발하는 토목지질공학도 작성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를 토대로 선진 외국이 대도시를 개발하면서 싱크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국은 1700년대 중반 산업혁명으로 증기기관차 등이 발명돼 연료인 석탄을 캐기 위해 땅속 여기저기에 석탄 동굴이 만들어졌다. 200년이 지난 후 땅 위에 ‘리즈’라는, 영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대도시가 만들어졌다. 그 도시에서 지표면이 꺼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그러다가 70년대에 싱크홀의 과학적 원리와 토목지질공학도 작성 기술이 개발되면서 리즈시를 몇 구역으로 나누어 차곡차곡 토목지질공학도를 만들었다. 그중 한 구역에 대해 땅속 자료들을 수집하고 분석해 지표면에서 어느 곳에는 싱크홀 위험성이 있고, 어떤 지역은 안전하다는 지도를 완성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울시를 설득해 1998년 서울 지반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 용역을 수행해 기존의 7900개의 시추조사 자료로서 ‘서울 일원의 토목지질공학도’를 작성했고, 매년 추가해서 현재는 1만 5000개로 신뢰성이 높아졌다. 이 지도에 따르면 잠실 제2롯데월드와 석촌동, 여의도는 옛날에 모래와 자갈이 20m 정도 두껍게 쌓인 하천 지역으로 정밀한 지질 조사 없이 터널 공사를 하거나 과도하게 지하수를 뽑아내면 싱크홀이 우려되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현재 두 곳에서 필자가 예견한 문제가 그대로 드러나는 걸로 볼 때 16년이 지난 지금도 이 지도의 유용성은 인정받을 만하다. 만약 서울시가 이 지도를 도시계획과 시공사의 설계에 활용했다면 취약한 지질에 맞게 공사 기법을 바꿔 사전에 싱크홀 문제를 피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모르면 두렵지만 과학적 자료에 근거해 접근하면 싱크홀은 두려운 게 아니고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재해일 뿐이다. 그동안 난개발을 해왔으므로 여기저기에 크고 작은 싱크홀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1000만 서울시민이 함께하는 지반 재난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지 서울시 혼자 다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건 문제의 심각성과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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