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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전인태] 8688에 이어 1314에 우리는 지금

“수학은 원천기술 개발 경쟁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 인류지성 선도국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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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8688을 대한민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숫자로 기억하고 있다. 서울에서 열렸던 19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상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8688을 통해 세계무대에 한국을 널리 알렸다. 이후 한국 스포츠는 꾸준히 세계 10위권을 유지하며 국제 스포츠계의 영향력 있는 국가로 자리매김했고, 김연아 선수와 같은 세계적인 스타도 배출했다. 이러한 변화는 스포츠를 넘어 국가브랜드 향상을 통한 경제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1314는 대한민국의 기초과학을 담당하는 수학계에서 매우 뜻 깊은 숫자다. 2013년에는 부산에서 아시아수학자대회가 열렸고 2014년인 올해에는 서울에서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세계수학자대회는 4년마다 열리기 때문에 수학의 올림픽이라 불린다. 올림픽에서 각 분야의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금메달을 수여하는 것처럼 세계수학자대회에서도 가장 뛰어난 수학자에게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메달을 수여한다.

그렇다면 수학자들은 과연 어떤 일을 하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배출한 세계적인 탐험가 박영석 대장을 떠올려 보자. 박영석 대장은 8000m가 넘는 세계 최고의 고봉 14좌와 남극, 북극을 정복하는 탐험의 그랜드슬램을 인류 최초로 달성해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2005년 4월 북극에 도달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는 순간 박영석 대장은 그 누구도 경험하지 못할 희열로 펄쩍펄쩍 뛰었을 것이다. 1953년 추위와 탈수증과 싸우며 인류 최초로 가장 높은 산에 올랐던 힐러리의 에베레스트 정복도 마찬가지다.

이같이 세상 한쪽에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탐험가들이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보이지 않는 정신적 탐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들이 도전하는 것은 높은 산이 아니라 인간의 지성이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수학 문제들이다. 밀레니엄 문제는 2000년에 발표된 7개의 미해결 문제로 한 문제당 10억원이 넘는 상금이 걸려 있다. 밀레니엄 문제는 아니지만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풀리지 않는 쌍소수 문제도 있다. 소수는 1과 자신 이외의 수로는 나누어떨어지지 않는 수를 말한다. 예를 들어 3, 5, 7, 11, 13 등은 소수이다. 쌍소수는 소수들 중에서 3과 5, 11과 13처럼 서로 차이가 2인 소수의 쌍을 말하는데 쌍소수 문제는 이러한 쌍소수가 유한개밖에 없을지 아니면 무한히 많을지를 알아내는 문제이다.

도대체 그런 것을 알아서 어디에 써먹을까 하고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것처럼 2500년 동안 인류의 지성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최초로 알아낸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희열을 줄 것이다. 물론 올림픽 금메달처럼 개인적인 명예와 국가적인 영광도 뒤따를 것이다.

수학적 문제 해결의 바탕에는 분석력, 논리적 추론, 창의력이 있다. 문제의 본질을 분석해 내고, 단 한 치의 논리적 오류도 없이 증명해 내며, 풀리지 않을 때마다 새로운 증명 방법을 끊임없이 고안해 내야 한다. 따라서 수학자들은 복잡하게 얽힌 문제에서 핵심을 파악하고 단순화해 해결하는 능력이 극대화되어 있다. 이런 수학적 추론은 서구과학의 발전과 문명의 진보에 큰 역할을 했으며, 최근 산업이 첨단화되면서 만나게 되는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해결사로서 그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복잡한 금융시장이나 보안 관련 문제, 질병치료, 무선전화, 영화 애니메이션, 기상예보, 음성인식, 범죄 해결, 빅데이터 등 수학의 응용은 점점 더 확대되고 있다. 선진국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고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개발이 중요하고, 이러한 경쟁에서 수학은 가장 중요한 무기다.

8688을 통해 세계무대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낸 것처럼 1314를 통해 대한민국이 인류지성을 선도하는 핵심국으로 부상하며 원천기술 개발을 통한 국가경쟁력 확보 및 창조경제의 실현에 많은 진보를 이루어 내기를 기대한다.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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