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사풍향계

[시사풍향계-임태훈] ‘임 병장 사건’ 본질은 뭔가

“편의에 의해 등급 나뉘는 관심병사… 선별과정 바꾸고 엄격한 관리 이뤄져야”

입력 : 2014-06-26 02:30/수정 : 2014-06-26 20:27
[시사풍향계-임태훈] ‘임 병장 사건’ 본질은 뭔가 기사의 사진
또 한 번의 군 총기 사건이 있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이와 같은 사건에 군은 물론이고 국민들이 혼란과 경악에 빠져 있다. 다시는 없으리라 생각했던 참극이 일어난 지금, 모든 이들의 관심은 ‘임모 병장이 관심병사였다’는 사실에 집중되었다. 책임을 묻고 원인을 따져보자는 입장에서 이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당연함은 관심병사라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비상식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관심병사 제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이다.

관심병사의 가장 큰 문제는 관심의 필요 정도에 따라 사람을 등급으로 나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전문가를 통해 정확하고 엄격하게 이루어지는 심사가 아닌, 매우 기계적인 동시에 자의적인 기준을 통해 분류한다. 동성애자 병사는 입대 100일 미만 병사와 같이 C급으로 분류되고, 한부모 가정의 자녀는 자살 우려자와 같은 B급이다. 기계적으로 틀에 맞추어 병사들의 등급을 분류하지만 그 틀 또한 사회적 기준과 무관한 군대의 자의적 기준일 뿐이다. 사람이 쇠고기도 아니고, 하는 말도 이 상황 앞에서는 무력하다. 쇠고기도 이것보다는 엄격하고 신중하게 판단될 것이다. 관심병사가 있어야 부대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가진 지휘관들에 의해, 사실상 무작위 추첨이나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관심병사가 만들어진다.

적절한 절차와 기준을 통해 관심병사를 선별한 것이 아니니 이들에 대한 관리 또한 소홀할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관심병사는 지휘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전문가의 정기적인 상담이 필요한 병사지만, 관심과 상담이 필요한 병사와 그렇지 않은 병사가 혼재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러한 조치가 소홀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관리 소홀은 관심병사가 곧 낙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을 낳게 된다.

원칙적으로는 누가 관심병사인지 병사들은 알 도리가 없다. 관심병사는 부대 내 행정적인 차원에서 선별 및 관리되므로 이 과정은 전적으로 지휘관과 간부들에게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한 병사가 관심병사로 지정되는 순간 관심병사라는 주홍글씨, 꼬리표를 계속해서 달고 다녀야 한다. 관심병사가 선임으로서도 후임으로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군대의 ‘열외 인원’이 되어버리는 상황에서 모든 문제를 관심병사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그야말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관심병사 제도가 이런 식으로는 운영돼선 안 된다. 편의에 의해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어서는 안 되며, 아무런 전문적 조치도 없이 낙인으로만 작용하는 관심병사 선별 과정도 바뀌어야 한다. 전문 상담사와 정신과 의사를 통해 정밀하고 엄격한 관리가 이뤄져야 하고, 도저히 군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군의관과 심리학자가 참여한 가운데 심사를 거쳐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전환을 하는 현역 복무 부적합 심사 제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가장 큰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정부의 안일한 태도다. 2011년 해병대 총기 사건으로 장병 5명이 목숨을 잃었을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민들에게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지만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는 심정에 국민들은 그 약속을 믿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고, 또다시 적군이 아닌 아군의 총에 의해 5명의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이러한 총체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군의 문민통제가 이뤄져야 한다. 군의 문제는 군이 알아서 처리하겠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더 이상 우리는 허무하게 스러져가는 꽃 같은 목숨들을, 생때같은 자식들을 잃고 비통에 젖은 부모들을 양산해내는 군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현재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방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 군의 문민통제를 강화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회적 기준과 상식에 부합하는 해결책을 내놓도록 요구해야 한다. 잃은 소는 못 찾아올지언정 외양간도 제대로 고치지 못하는 군은 바뀌어야 한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