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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서찬교] 결혼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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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앞두게 되면 보통은 "일생에 단 한 번"이라는 생각에 무리를 해서라도 남 보기에 버젓한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갈등과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결혼식이 집안의 위세를 보여주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 혼주들은 가능한 크고 화려한 예식장을 선호하고, 혹 피로연을 생략하거나 저렴한 메뉴를 고르고 싶어도 선뜻 결정하기가 어려운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다. 여기에 그걸 이용하려는 상혼이 뒤섞여 예식장에서는 결혼식이 채 끝나기도 전에 똑같은 안내판에 신랑, 신부 이름만 바쁘게 갈아 끼우는 북새통이 연출되곤 한다.



하객들 중에는 결혼식을 제대로 보지도 않은 채 식당에서 밥만 먹고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합리적인 세대들이라고는 하지만 그저 관습이라는 이름 아래, 여유도 없고 각별한 의미도 찾기 어려운 형식에 많은 비용까지 지불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 연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추운 겨울을 위해 외투를 준비하듯 이 가을은 많은 연인들이 따뜻한 가정을 준비하기 위해 결혼을 서두르는 계절이기도 하다. 결혼식은 세상에 서로의 사랑을 공표하고 허락받는 행복한 날이다. 물론 새로운 가정이 탄생되는 뜻 깊은 순간이기도 하다.

'참깨 다이아몬드' 반지의 교훈

하지만 이러한 의미보다 포장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은 분명 그릇된 일이다. 최근 비밀리에 결혼식을 올린 한 여배우의 '참깨 다이아몬드' 반지가 인기몰이라고 한다. 다이아몬드이면서도 가격이 80만원 이하로 비교적 저렴한데다 평상시에도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개성 있고 실용적인 방법으로 결혼을 준비하는 알뜰 바람이 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알뜰한 결혼 풍속 정착을 위해 서울 시내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구청 청사를 결혼식장으로 무료 개방하고 있다. 신랑, 신부는 물론 그 가족 가운데서 1명이라도 해당 구에 거주하는 경우 우선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유로운 예식을 치르고 하객들은 옥상정원에서 즐겁게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또 구내식당을 피로연장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차장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소박하고 특색 있는 결혼을 원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구민회관 대강당, 동 주민센터 강당이나 강의실, 곳곳의 공원도 결혼식장으로 이용할 수가 있다. 얼마 전 우리 구청에서 결혼식을 올린 한 대학 교수는 프랑스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이 구청과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보고 자신도 구청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마음먹었노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결혼식이 가문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려는 자리로 변질됐다는 사회적 비판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품격은 살리고 비용은 줄이는 모범을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이 교수는 절약된 비용 일부를 집안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내놓아 결혼의 의미를 더했다.

건전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의 장, 공공기관·단체 및 국·공립대학 등의 장이 강당, 회의실, 그 밖의 시설을 혼인예식의 장으로 적극 개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공공청사를 결혼식장으로 개방하는 것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현실성이 없다는 게 문제다. 단순하게 장소만 빌려줘서는 따로 준비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공공청사에서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덜어낸 만큼 행복해지는 결혼

우리 구청에서는 복지단체가 기증한 주례단상, 꽃길세트, 폐백실용품 등 결혼에 필요한 소품들을 제공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원할 경우 누구나 사용이 가능해 신랑, 신부들이 소소하게 신경써야 할 부분들이 크게 줄었다. 만약 공공기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있다면 법률 속의 문구가 이처럼 더 큰 생명력을 얻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일부 자치구의 시도만으로 우리나라 결혼문화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공공기관의 결혼식 무료 개방이 전국 지자체로 확산되고 이를 통해 결혼문화가 바뀌는 데 하나의 촉매제가 되기 바란다.

서찬교 성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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