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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최진석] 자전거 비판을 경계하며

[시사풍향계―최진석] 자전거 비판을 경계하며 기사의 사진

자전거는 친환경,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 4월20일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생활 혁명의 시대정신' 상징으로 자전거 이용을 지목하면서 정부 부처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의 필요성과 정책 방향에 대한 연구(친환경적 자전거문화 정착 연구)를 수행했던 필자에게 특별한 감회를 주고 있다.

사실 필자는 2007년 연구에서 다분히 '이상적' 혹은 '계몽적' 내용을 담아 우리 사회에 '자전거 이용 활성화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인프라에만 집중해선 안돼

물론 내용 가운데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반대하는 논리인 자전거 사고나 도난 문제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다루면서도 이들 문제는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크게 부각하지 않았던 측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자전거 이용 활성화의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어느 정도 확보됐으므로 이들 문제를 비롯한 우리나라 자전거 정책 전반을 점검하면서 필자의 소회를 피력하고자 한다.

먼저 필자는 우리나라 자전거 정책 대부분이 인프라 또는 자전거 자체에 집중되는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피력하고 싶다.

물론 안전한 자전거 전용도로 설치나 고성능 자전거 생산 등은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것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전용도로 설치와 좋은 자전거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유물론 아닌 문화적 관점으로

하지만 이러한 정책 방향은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정책이기보다 일반 시민들에 대한 '홍보성'이 강해 일부 시민의 반감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이들 정책의 결과 사고가 급증한다거나 국내 자전거 붐이 중국 자전거 수입 증가로 이어진다는 식의 보도는 자칫 자전거 이용에 대한 일반 시민의 반감을 자극하거나 관심을 위축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는 도로, 자전거 등 유물론적 관점보다 '사회·문화적 선택'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자전거 이용은 승용차를 이용하는 행위와 동등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는 정책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승용차 이용 확대의 결과이듯 자전거 이용 확대에 따른 사고 증가는 불가피하다. 사고 증가가 자전거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전거 산업 관련 논란 역시 국내 산업 구조가 단순한 자전거 산업보다는 한층 복잡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특화된 것으로 자전거 통상 부문에서의 적자 자체가 국가적 문제로 부각되거나 자전거 기피를 조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필자는 자전거 정책이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구상되는 게 아니라 '이미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과 향후 자전거를 선택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립 추진돼야 한다고 확신한다. 또한 자전거 정책의 목표는 우리 삶의 공간에서 비인간적인 자동차가 차지하는 공간을 줄여 도시의 건강성과 환경성을 개선하는 것이라는 게 소신이다.

'소프트 모드' 정책 필요

이런 관점에서 현재 자전거 이용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 대부분이 일반 국민, 즉 유권자를 대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자전거는 교통수단 분류에서 시설이나 설비가 중요한 하드 모드(Hard Mode), 즉 철도나 도로가 아닌 소프트 모드(Soft Mode)다. 소프트 모드는 시설보다 문화나 개인의 취향이 더욱 중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이런 자전거의 특성을 감안한 자전거 정책을 기대해 본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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