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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동환] 금융위기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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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였던가. '9월 위기설'에 시달리다 추석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터진 세계적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뉴스로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폭등하면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야 했던 것이. 그로부터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주가와 환율이 작년수준을 회복하고 부동산시장이 들썩이자 벌써부터 출구전략(exit strategy)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음을 보면 금석지감도 이만저만 아니다. 금융자본주의의 꽃인 투자은행의 파산이 신자유주의 종언을 의미하는 만큼 메가톤급 후폭풍이 염려된다는 목소리들은 기우에 불과했던 것인가. 하지만 조금만 냉정을 되찾아 지난 1년을 회고해 보면 우리는 그 사이에 과연 무엇이 달라졌는지에 대해 적잖은 의문을 갖게 된다.

시장-정부간 투쟁의 서막

우선 최근 미약하나마 회복조짐을 보이는 선진국 경기는 각국 정부가 쏟아 부은 대단위(2008년 GDP대비 미국 21.6%, 영국 68.1%, 독일 21.3% 프랑스 19.0%)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바 크다. 이와 같은 링거식 처방은 새로운 거품을 만들어 거품 붕괴의 후유증을 치유하고자 하는 임기응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자산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하고 유동성 과부족(즉 신용경색과 과잉유동성) 현상이 무한 반복되는 금융자본주의의 태생적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법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리먼브러더스를 파산에 이르게 한 각종 자산유동화 관련 위험이 정확하게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부실 요인으로 여전히 남아 있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한목소리로 유동성, 금융회사,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와 감독의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는 이달 말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릴 G20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라마다 사정이 다른데다 글로벌 금융시장을 좌우하며 규제당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손들이 시대조류의 변화에 저항하며 완강히 버티고 있음을 감안할 때, 위기후(Post-crisis) 금융규제 체계에 관한 논의는 실속 없이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는 한 가지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역시 작년 하반기 이후 적극적인 재정 및 금융정책, 패스트트랙(Fast Track) 등 비상조치를 통해 풀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부동산과 주식, 가계소비가 살아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설비투자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지 못한 채 여전히 성장동력에는 적신호가 켜져 있고, 금융회사들은 수익구조나 비즈니스 모델 개선 등의 측면에서 과제가 산적해 있다. 또한 가계 및 중소기업 부채는 매우 더딘 속도로 디레버리징이 진행되면서 부실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고, 신흥국 통화 가운데 유독 원화의 절하 속도와 폭이 너무 커 수출전선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내수 위주의 서비스산업은 저생산성, 과잉취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등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은 별반 개선된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래 위기 대비 철저하게

글로벌 금융위기는 시장의 탐욕에 서 비롯되어 규제와 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에 의해 커져버린 사건이다. 즉 시장실패(market failure)와 정부실패(government failure)의 합작품이다. 그럼에도 지난 1년간 시장은 실패한 정부를 탓하고 정부는 실패한 시장을 탓하며 신경전을 계속해 왔다. 신자유주의와 금융자본주의라는 시대정신으로 무장한 시장은 이번 시장-정부 간 투쟁의 서막을 승리로 장식할 듯하다. 시장을 개혁하려는 지난 1년간의 정부 노력은 1980년대 이후 진화를 거듭해 온 시장의 힘을 감당하기 버거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국적, 단기적 성향의 금융자본은 언제든 다시 투기자본으로 변신하여 거품의 생성과 붕괴를 조장하고 각국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신뢰를 훼손하며 국부와 경제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은 1년을 회고하기보다 본격 전개될 위기에 철저히 대비할 시점이다.

김동환(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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