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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재익] 세종시 정부입장 분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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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건설을 계획대로 하느니 축소하느니 논란이 치열하다. 총리 내정자의 효율성이 낮다는 한 마디에 정치권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하고 해당 지역의 반발은 극심하다. 이에 여권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고, 청와대에서도 진화에 나서면서 다소 진정되는 기미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청와대는 경제학자인 총리 내정자와 같은 중요 인사의 '갈리는 의견'이 나오므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운을 남겼다.



세종시 건설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경제학자 입장에서 볼 때 문제시될 소지가 많다. 주지하다시피 세종시 사업은 수도권 집중을 막고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하고자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수도권 집중을 막으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했지만 실패로 끝난 바 있다. 그만큼 수도권의 입지 경쟁력 혹은 효율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반사적으로 지역 균형발전 사업 대상 지역은 공평성 차원에서 선정되므로 경쟁력이 낮은 곳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효율성을 기준으로 보면 세종시가 인구와 경제활동의 블랙홀 같은 수도권을 극복하고 인구 50만명의 성공적인 계획도시가 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효율성에선 의구심 적지 않아

그런데 이런 문제는 세종시 건설 계획이 수립·확정되는 과정에서 이미 충분한 토론을 거친 바 있다. 이제 와서 다시 거론되고 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공언한 바와 같이 세종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논란의 여지는 별로 없다. 그러나 총리 내정자를 진앙지로 하면서 일부 정치인들이 합세하고 또 청와대 측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점을 미루어 볼 때 재발할 가능성을 전혀 부정할 수 없다.

행정구역을 5+2의 광역체계로 개편하기를 원하고 지역 간 분배보다 국가적 성장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관점에서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는 세종시 사업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세종시 사업은 4대강 사업과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에 투입할 재원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집권 여당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정부는 세종시 사업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계획대로 추진한다면 더 이상의 논란이 없도록 확고한 의지를 천명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계획을 변경한다면 떳떳하게 밝혀야 한다. 한쪽에서 흘리고 다른 쪽에서 봉합하는 그런 방법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인지 국민이 충분히 납득할 사유를 명백히 밝히고 또 그것을 극복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세종시는 충청도민만의 것이 아니다. 동의하건 하지 않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확실한 정책 명분을 기초로 계획이 확정되고 2007년부터 5조원 이상의 혈세가 투입된 바 있고 또 도시의 지위도 광역시에 해당한다는 관련 법이 마련된 국책사업이다. 일부의 우려대로 사업 규모가 줄어 계획된 도시 기능을 담보할 인구 규모가 되지 못한다면 혈세 낭비와 지역 침체는 물론 국가적 재앙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충청도만의 세종시 아니다

향후 2030년까지를 계획 기간으로 하는 세종시 국책사업을 참여정부의 정치적 기준에 의한 사업이라고 폄하하고 다시 MB정부의 정치적 기준으로 변경한다면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 측면에서 앞으로도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계획 기간이 긴 기업도시, 혁신도시, 경제자유구역,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사업들도 장래가 불투명해 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부작용과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러므로 세종시 사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책사업에 대한 신뢰성과 일관성을 유지하여야 하며 사업 수정이 불가피하다면 정치권과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투명성이 인정되는 충분한 이유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떠한 형태가 되건 세종시 사업은 궁극적으로 세종시도 살고 국가 발전도 앞당기는 상생의 해법이 돼야 할 것이다.



김재익(계명대 교수·도시계획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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