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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오창우] 미디어,언론 그리고 정치

[시사풍향계―오창우] 미디어,언론 그리고 정치 기사의 사진

지난 22일 국회를 통과한 미디어법은 한국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가. 여론독과점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것인가, 대기업과 거대 신문사의 투자를 촉발시켜 열악한 한국 미디어 현실을 개선해 줄 것인가.



정책과 제도의 과정을 몸의 대립으로 타락시킨 한국 국회의원들의 몽매(夢昧)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 이들 중 다수는 미디어법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편향확증(confirmation-bias)에 사로잡혀 자신의 신념이 편견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그들의 사고(思考)는 사상이나 이념으로 불리기 어려우며 심리적 병리현상으로밖에 볼 수 없다.

여론 독과점을 누가 하는데

우선 이런 정도의 미디어법을 만들려고 정치권이 그토록 피흘리는 전투를 치렀는지 묻고 싶다. 신문과 대기업이 지상파 방송 지분의 10% 이내만 취득 가능하고 경영권 행사를 2012년 말까지 못하도록 못 박은 상황에서 누가 지상파 산업에 뛰어들겠나. 수백억 내지 수천억을 투입해 놓고 경영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은행금리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이라면 누가 선뜻 나서겠는가. 또 소유지분 한도를 물건 값 흥정하듯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 극단 값은 어차피 흥정을 위해 부른 값이고 박근혜 전 대표와 자유선진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최종 수정된 법안은 정치의 결과라기보다는 우(牛)시장의 거래방식을 닮았다.

여론독과점의 문제도 그렇다. 미디어법 통과를 저지하는 쪽의 핵심적인 논리가 여론독과점인데, 한국처럼 정보의 확산속도가 빠르고 금기사항이 없는 매체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여론을 독점한다는 것인가. 그리고 현재의 지상파에 의한 여론독과점은 문제가 되지 않고 미디어법 이후에 여론독과점이 심각해 질 것이라는 주장은 얼마나 정의로운 것인가.

모든 미디어가 언론매체는 아니다. 일례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미디어는 언론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논의는 산업적인 관점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모든 미디어가 언론매체라는 이해는 미디어 산업에 지나치게 규범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발전을 근원적으로 방해할 수도 있다. 새로운 미디어법에 대한 독해도 미디어와 언론매체를 구분하는 것부터 출발해야 한다. 미디어 법이 지나치게 '재벌' '거대 신문' '여야 대립'으로만 프레이밍되다 보니 균형 잡힌 시각이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과연 한국 언론 현실에서 우리가 지켜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지상파 독과점 상황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이종(異種) 매체사의 재정상황이나 종사자들의 처우 문제에 대해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다. 광고시장 위축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위기감 또한 커지고 있지만 다른 매체에 비하면 상황은 여전히 좋은 편이다. 고개를 돌려 다른 미디어 시장을 들여다보면 정책과 제도의 미완(未完)이 빚어낸 열악함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법 통과 후 의사봉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데 벌써 개정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미디어법은 디지털과 글로벌 환경 속에서 과거의 총론은 더 이상 현실규제력이 없으므로 시대에 맞는 새로운 총론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

산업육성 위한 각론 마련을

그러나 총론의 첫 장부터 정쟁의 볼모로 잡혀 미디어 산업의 발전에 별 도움이 안되는 내용으로 채워지게 되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본 자체에 많은 혐의를 두는 것은 자본주의의 혜택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자본주의 미디어 시장에서 자본의 참여를 제한한다면 그 막대한 매체 소비비용은 누가 부담한단 말인가. 진입 및 소유 규제는 완화하고 구체적인 실용규범을 강화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미디어법이 공익적이고 공정한 언론매체를 없애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디어 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해를 바탕으로 향후 충분한 각론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오창우(계명대 교수·미디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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