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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최영기] 비정규직 사태,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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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법 논란이 전대미문의 희극적 결말을 앞두고 있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법의 효력을 당분간 정지시키려고 하는 것이나, 법 시행의 주무부처가 해고 사례를 모아 발표하는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공기업이 대량 해고를 주도하고 추경에 책정된 정규직 전환 지원금은 한 푼도 못 쓰는 것도 실소를 자아낸다. 정치권은 '추미애 실업'이니 'MB 해고'니 하면서 희생양을 찾기 바쁘다. 작금의 사태는 우리 사회의 정책 능력, 갈등조정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는 국가적 무능 사태라고밖에 할 수 없다.

하루 빨리 논란을 끝내는 방법은 법을 그대로 시행하고 법의 미비를 정책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그리고 1년이라도 기다렸다가 객관적 데이터를 갖고 법을 개정하는 것이 순리다.

현행법 대로 시행하되 보완을

그러나 정부가 너무 앞서나가는 바람에 기간 연장이나 유예를 기다리던 선의의 피해자들이 생겼다. 이들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1년 정도 법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럴 경우 여야 합의에는 유예기간 중에 어떤 쟁점에 대해 어떤 절차를 거쳐 언제까지 매듭짓는다는 로드맵이 포함돼야 한다. 노동법에서 시행 유예는 흔히 결정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기 때문이다. 전임자나 복수노조 문제는 13년 간 유예하고도 아직 준비 부족타령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야 협의에서 핵심 쟁점은 왜 유예해야 하는가다. 이는 비정규직 남용을 어떻게 규제하고 현행법상 2년 기간 제한을 존치할 것이냐의 문제다. 그러나 지난 1년간 허송세월을 감안할 때 법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 개정을 전제로 한 유예는 더 큰 사회 갈등과 정쟁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현행법은 2004년 이후 많은 갈등과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겨우 봉합된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 이를 다시 열어젖힌다는 것은 무모하다. 무책임한 처사다.

이는 현행법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하루 빨리 법 중독증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법에서만 찾았지 노동시장적 해법을 외면했다. 노사도 스스로 할 일은 하지 않은 채 정부가 나서서 법으로 어떻게 해달라고만 했다. 그러나 노사가 행동을 바꾸지 않으면 비정규직 문제를 풀 수 없다. 지금 같은 정규직 중심의 임금 인상과 노사 담합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대다수의 비정규직이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한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비정규직은 고용 문제로 나타나지만 그 실상은 임금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금 공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 벌어지는 해고 사태는 대부분 무기계약직 전환에 따르는 임금 부담 때문이다. 호봉제 임금과 노사 교섭에 의한 연례적 임금 인상이 부담인 것이다. 비정규직의 고용은 보장하되 임금은 직무급 체계를 받아들여 기업의 노동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현실적 해법이다. 우리은행을 비롯한 대기업의 성공 사례가 있고, 보건의료 노조나 국민은행 노조와 같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노조의 임금양보 사례도 있다.

전문가위원회 당장 만들어야

비정규직 노동시장을 직무형 노동시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직무표준을 정하고 임금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인프라를 깔고, 비정규직을 사회안전망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재정투자 확대와 보험료 감면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다각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시장 개혁 과정에서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양보와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다. 진정한 의미의 일자리 나누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임금 양보에서 실현된다.

이러한 조치들은 유예기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전문가위원회를 구성, 중재안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위원회 구성은 전문가 중심으로 하되 여야 합의에 따라 위원장만 정하고 위원 구성을 위원장에 일임하는 것이 위원들의 중립성 보장에 유리하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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