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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강정석] 공공기관 평가에 거는 기대

[시사풍향계―강정석] 공공기관 평가에 거는 기대 기사의 사진

열흘 전 기획재정부는 100여개의 공공기관 및 기관장에 대한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의 경우는 큰 의의가 있다. 기관장 해임 건의 등 평가결과를 제대로 활용하는 첫 번째 사례이자, 공공기관이 철밥통의 그늘에서 벗어나도록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드러나고 있는 석탄공사나 기타 몇몇 공공기관의 운영행태를 보면, 과연 이런 모습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납득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중시하고 기관의 효율적 운영이나 세금에 대한 돈값을 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 공공기관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또한 민주사회에서 정당한 노조 활동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친인척이 동원된 비리나 법과 규정을 무시한 부당한 사익의 추구, 본연의 범위를 벗어난 무리한 경영간섭 등은 정도를 한참 벗어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철밥통 깨는 중요한 계기로

대체로 공공기관은 국민의 생활과 직접 연관된 사업영역을 수행하거나 시장과 사회가 직접 맡기 어려운 기능들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 운영 또한 국민의 부담으로 이뤄진다. 그러므로 공공기관들이 주어진 역할과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운영을 하는 것은 아닌지를 살펴보고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게 하는 것은 정부의 중요한 책무이며 공공기관 평가는 이를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공공기관 평가는 일정한 지표에 의해 전체 기관을 상대적 관점에서 살펴보게 되므로 구체적인 잘잘못은 잘 드러나자 않는다. 이번 평가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지배적이면서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등의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연유에서다.

평가를 해 봐야 뭐가 변하겠느냐는 주장은 오해다. 모든 공공부문은 속성상 보수적·현상유지적 경향을 지닌다. 기업처럼 자신의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고객지향적 마인드를 갖기 어렵고, 뭔가 부진하다고 해서 쉽게 그 기능과 조직이 없어지지도 않는다. 효율성을 알아내기도 쉽지 않다. 결국 책임성에는 관심을 주기 어렵고 이른바 철밥통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된다.

평가의 중요한 의의 중 하나는 '사람과 조직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조금 뜬금없지만, 통섭의 시대답게 자연과학적인 설명도 가능하다. 현대물리학의 기초인 양자역학에서 제공하는 소위 불확정성의 원리가 그것이다. 원자와 전자를 관찰하다 보면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파악할 수는 없다는 것인데, 이는 역으로 관찰 행위 자체가 전자의 움직임과 존재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의미론적 설명으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다.

얼핏 이해하기 어렵고 미시 세계에 적용되는 원리이지만 인간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관찰하고 평가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꼼수와 눈속임이 있더라도 장기적이고 큰 경향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진다.

결과 활용방안 더 개발해야

이번 공공기관 평가는 비록 일부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국민에 대한 봉사와 신뢰라는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앞으로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평가지표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기관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게 더 많은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적절한 당근과 채찍의 패키지를 개발해 평가결과가 현실을 개선하는 데 더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언제나 국민들로부터 평가받고 관찰받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인정하고, 공익에 대한 책임이 내가 몸담은 기관의 근본적인 존재이유임을 잊지 않는 것이다.

강정석(한국행정연구원 기획조정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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