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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찬규] PSI의 진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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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를 선언하자 북한은 27일 이를 자신들에 대한 선전포고라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또 국내 일각으로부터는 남북해운합의서 운영을 통해 처리될 문제를 공연히 크게 만들어 남북간 긴장만 격화시켰다는 볼멘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같은 북한의 태도 및 국내 일각의 목소리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대량살상무기(WMD)는 핵무기·생물무기·화학무기 및 그 운반수단인 로켓을 일컫는 말이다. 그 가운데 특히 핵무기가 국제 테러 단체의 수중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 PSI다. 핵무기는 상대방을 쉽게 파멸시킬 수 있지만 상대방도 핵 보복을 한 뒤 파멸의 길을 걸을 것이기에 핵전쟁에서는 모두가 패자가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핵무기는 사용하기 위해 갖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갖는다는 논리가 성립하며, 핵무기가 가지는 이러한 힘을 핵억지력이라고 한다.

특정국가 아닌 테러단체 대상

그런데 국제 테러 단체에는 핵억지력이 작용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그들은 국민과 영토를 갖고 있지 않아 핵 보복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모든 국가는 그들 앞에 무력해지지 않을 수 없고 국제사회는 그들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될 것이다. 이 같은 국제적 안보 위기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것이 PSI이기에 그것은 WMD가 국제 테러 단체의 수중에 들어감을 막으려는 것일 뿐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PSI 참여국들은 '차단원칙 선언'을 통해 국제법 및 국내법에 따라 차단 활동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해양법협약상 군함 또는 군용 항공기는 공해상에서 모든 국가의 선박에 대한 임검권을 갖지만 그것은 당해 선박이 해적행위, 노예 매매, 무허가 방송, 무국적 선박, 국기의 남용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한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한한다(제110조). WMD의 수송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공해상에서 임검권 대상이 되지 않는다.

2002년 12월9일 스커드 미사일 15기를 시멘트 부대 밑에 숨겨 싣고 가던 북한 선박 소산호가 인도양에서 스페인 해군에 나포되었다. 예멘 대통령이 나서서 미사일을 자국이 구입한 것이라 밝히고 예멘에 양륙한다는 조건으로 선박이 풀려났다. 그런데 문제가 복잡하게 된 것은 이 선박이 국기를 게양하지 않았고 선적국이 어디냐는 물음에 응답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 국제법상 WMD 수송을 이유로 선박을 공해상에서 나포할 수는 없게 돼 있으므로 이 같은 법의 틈새를 보완하기 위해 PSI 참여국들은 미국 주도 하에 승선협정 체결, 해상 불법행위 억제협약(SUA) 개정 등 여러 방향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러나 공해상의 선박이 국제법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 선적국의 전속적 관할 하에 있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북한 선박이 우리 영해를 통과할 때에는 어떻게 되는가. 남북한은 휴전체제 하에 있기 때문에 양자간 특별한 합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차의 선박이 피차의 영해에 들어갈 수 없게 돼 있어 북한 선박의 우리 영해 통과는 있을 수 없다. 다만 양자간 특별 합의로서 2004년 5월28일 체결된 남북해운합의서 및 그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란 것이 있어 주목을 요한다.

남북해운합의서로는 안돼

그런데 남북해운합의서에 의거한 양측 선박 왕래는 남북의 지정된 항구 간을 특정한 선박이 지정된 항로에 따라 왕래하는 경우 및 제3국을 경유해 남북 항구 간을 운항하는 선박에 한정되고 있기 때문에(합의서 제2조) 북한에서 WMD 또는 그 원료를 싣고 우리 영해를 통과하는 경우를 예상하는 PSI 적용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이것은 PSI가 남북해운합의서의 운용을 통해 처리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PSI는 또한 어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며, 국제법 및 국내법에 따라 활동토록 하고 있는 것이기에 우리의 PSI 전면 참여를 자기들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하는 북한의 주장도 근거 가 없는 것이다.

김찬규(경희대 명예교수 ·국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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