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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효자] 장애는 ‘차이’일 뿐이다

[시사풍향계―이효자] 장애는 ‘차이’일 뿐이다 기사의 사진

작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흥미로운 스토리가 세계인을 감동시킨 적이 있다. 여자수영 10㎞ 부문에 출전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외다리 수영선수 나탈리 뒤 투아의 이야기다. 준비운동을 하던 그녀가 왼쪽 다리의 의족을 벗고 출발대에 서자 관중뿐 아니라 아나운서까지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 놀라움은 경기가 시작되자 경탄으로 바뀌었다. 나탈리의 성적은 출전 선수 25명 중 16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날의 진정한 영웅은 1위를 차지한 러시아의 라라사 일첸코가 아닌 나탈리였다. 그날의 경기는 누가 1등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녀가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과 기대감이었다.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 모든 관중이 숨을 멈췄고, 완주했을 땐 감동의 환희와 더불어 격려의 박수가 쏟아졌다.

인간승리 의지 보여준 나탈리

나탈리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같은 꿈을 갖고 있다면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그 말이 그녀를 베이징 올림픽의 진정한 영웅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나탈리는 2004 아테네올림픽을 준비하던 2001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후진하는 차량에 치어 왼쪽 무릎 밑부분을 잘라야 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1년 만인 2002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영연방대회 여자수영 자유형 800m에 출전, 일반선수들과 겨뤄 결승까지 진출했고, 이후 장거리로 종목을 바꿨다.

'인생의 비극은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도전할 목표를 갖지 못하는 것이다'가 그녀의 좌우명이다.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모습과 능력으로 어울려 살아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남보다 뛰어난 능력과 재주를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남이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기 힘들어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다.

장애는 과연 개인차원의 문제인가? 아니다.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장애인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줘야 한다.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정부는 소외계층과 장애인을 위한 복지 수준의 향상을 국정 운영철학으로 채택했고, 교육과학기술부는 2008∼2012년에 시행할 제3차 특수교육발전계획을 발표해 장애인 전 생애에 걸친 교육, 복지 지원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아울러 장애인 중심의 요구 반영과 실제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국립특수교육원을 중심으로 생애주기 단계별 교육지원 체제 구축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일반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부담스런 존재만은 아니다. 오히려 장애인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힘들고, 정체감 상실로 인해 쉽게 포기하고, 좌절할 때 장애라는 벽을 허물고 불굴의 의지와 인간 승리의 감동을 통해 우리 사회의 희망을 선사하는 고귀한 메신저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이해는 그들을 '차별'이 아닌 '차이'의 입장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과성 관심에 그쳐선 안돼

나는 장애인 대부분이 수영선수 나탈리처럼 자신의 능력을 믿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러한 믿음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공감대가 형성될 때 우리 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오늘은 스물아홉돌 장애인의 날이다. 매년 이맘 때면 장애인을 초청해 각종 강연회나 기념행사를 치르고 장애를 극복한 사례를 앞다퉈 소개하곤 한다. 그러나 그 때뿐이다. 연례행사같은 의례적이고 일과성 관심보다 더불어 사는 존재로서 장애인을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우리 사회 전반에 필요한 시점이다.

이효자 국립특수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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