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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제성호] 불온서적과 장병의 읽을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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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군 60년의 우리 군대는 작금 안팎의 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하면서 정예강군을 건설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온서적 반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어 안타깝다.

대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한총련'은 2008년 7월경 군투(軍鬪), 곧 장병 의식화의 일환으로 '병영 내 도서보내기 운동'을 조직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국방부는 문제의 책자들이 반자본주의성, 반정부성, 친북반미성이 강하다는 점을 들어 반입 불허 조치를 취했다. 그러자 일부 군 법무관들이 기본권 침해를 내세워 헌법소원을 냈고, 다시 군이 군기문란 내지 명예 실추를 이유로 고강도의 징계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 헌법소원은 5월 중 헌법재판소에서 본격적으로 심리가 시작될 것이라 한다.

軍은 최상의 전투력 유지 필수

이 사안은 군대의 사명과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직결돼 있다. 군대는 적의 침략을 격퇴하고, 국가의 독립·안전과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임무를 갖는다. 헌법 제5조 2항도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군대는 전쟁이 발생하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러려면 최상의 전투력을 항시 유지해야 한다. 군이 평시에 부단히 교육·훈련을 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전투력은 최신 병기·화력·작전능력 등 물질전력과 국가관, 안보관, 사기 및 군기, 단결과 협동심 등 정신전력으로 이뤄진다. 전쟁론의 대가인 클라우제비츠가 갈파한 것처럼 물질전력이 칼집이라고 한다면, 정신전력은 '칼날'에 해당된다. 정신전력이 해이해진 군대는 아무리 좋은 병기를 갖고 있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장병이 어떤 안보관과 대적관(對敵觀)을 갖고 있느냐는 군의 일체성 유지와 정신전력 강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우리 사회가 장병들이 어떤 책을 읽느냐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군은 헌법이 부여한 임무와 존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군인정신 함양과 전투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환경을 만들 책무가 있다.

이런 배경에서 군인 신분을 유지하는 동안 '병영 내에서의 읽을 권리'에 제한을 가하는 것, 즉 반국가성 및 친북반미 편향성의 도서를 읽을 권리의 부분적인 제한은 국가안보와 군대 질서유지를 위한 필요한 한도 내의 합목적적인 규제(헌법 제37조 제2항)라고 하겠다. 이는 장병이 일정 기간 병영생활을 하며, 주거·이전·통신·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 향유에 일정한 제약을 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제약은 국방이란 공무 수행을 담당하는 군인은 공법상의 특별권력관계 하에 놓인다거나 또는 특수한 신분에 맞게 기본권의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특별권력관계' 내지 '특수신분관계' 이론에 의해서도 정당화된다.

군대 반입 제한은 병영 내 공동생활공간에의 반입 제한에 그칠 뿐이다. 다시 말하면, 장병이 내심의 영역에서 자신에게 고유한 사상이나 양심을 형성하는 것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며, 휴가 또는 외박을 나가 밖에서 자유로이 도서를 선택, 읽을 권리를 방해하는 것도 아니다. 장병 개개인이 평소 어떤 서적을 읽고 있는지 사상검열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이 점에서 정신적 기본권의 본질은 침해받지 아니 한다고 하겠다.

편향 도서 반입제한 당연하다

지금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무장,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에서 보듯 그 어느 때보다도 대결과 긴장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의 대남 혁명전략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병영 내에서 불온서적을 읽는 것을 '일부 제한'하는 것은 적절하다. '시대착오적'이란 일부의 주장은 수용하기 곤란하다.

지휘권 문제, 헌법소원, 징계처분 등이 개재된 이번 사태가 아무쪼록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원만하게 처리되길 기대한다. 하루빨리 군은 상처를 최소화하는 가운데, 본연의 국방업무에 충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제성호(중앙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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