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시사풍향계

[시사풍향계―정진석] 신문을 어떻게 살리나

[시사풍향계―정진석] 신문을 어떻게 살리나 기사의 사진

우울한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신문의 날을 맞는다. 1957년 4월7일, 전국 일간신문과 통신사의 주필, 편집국장, 논설위원과 부장급 이상의 중견 언론인들이 뜻을 모아 한국신문편집인협회를 결성하면서 '신문의 날'을 제정하던 때에 신문은 여론을 선도하고 나라의 진로를 제시하는 막중한 역할을 자임하고 있었다. 편협의 창립선언문은 국가와 민족의 이상인 조국의 '민주' '통일'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높은 뜻을 천명했다.



독립신문이 창간되던 날을 신문의 날로 삼아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시대적인 소명을 모색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던 것이다. 신문이 국민의 계몽과 항일, 민주화, 산업화에 기여하여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공적은 컸다. 그러나 시대는 달라졌다. 신문산업이 붕괴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한 징후들이 하나 둘씩 가시화되고 있어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공적자금 투입, 만능 아니다

한 야당 국회의원은 신문의 위기를 타개할 화끈한 방안을 제시했다. 2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빈사상태의 신문을 살리자는 것이다. 세금으로 응급 영양주사를 놓아 소생시켜 보자는 처방이다. 그의 현실 진단에 대해서는 일단 공감한다. 노조 위원장 출신이면서 방송사 사장을 지낸 국회의원이 신문을 걱정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하지만 공적자금의 투입이 만능의 해결책은 아니다. 정부예산으로 신문을 지원하겠다는 방안은 노무현 정권이 제정하여 시행 중인 언론정책의 핵심이었고, 그의 전매특허나 마찬가지였으니 새로울 것도 없다. 그가 밀어붙여 만든 작품이 개혁입법이라는 아름다운 포장에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률'이라는 겉과 속이 다른 이름을 붙인 법률이었다.

헌법재판소가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린 조항도 있지만 '노무현 신문법'은 아직도 엄연히 살아 있다. 이에 근거하여 만든 법정기구인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도 그대로 운영 중이다. 이들 기구를 통해서 특정 신문과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념성 잡지사를 포함하여 수천억원의 세금이 신문 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지급되었지만 신문 경영이 호전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신문의 이데올로기 갈등만 부추겼을 뿐 천문학적인 세금을 더 쏟아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공룡처럼 비대해진 방송은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되어 있고, 신문의 위상은 초라하다. 중앙의 메이저 신문 3사의 매출액을 합해도 KBS 방송사 하나에 미치지 못할 정도다. MBC 사원들의 연간 실질임금은 후생복지비용을 포함하여 1인당 평균 1억원 이상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에 '기아선상'의 급료조차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상태가 열악한 신문사가 있어 신문과 방송은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불균형 상태다. 그래서 신문의 위기를 타개할 범 국가적 방안을 논의하는 일은 시급하다. 하지만 사태가 심각하다 하여 공적자금(세금)으로 문제가 해결되는가.

공적자금에 보약의 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독소를 함께 품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도 크다. 지난 정권이 논조에 따라 편을 갈라 지원한 신문이 있었고, 외면하고 적대시하면서 박대했던 신문이 있었던 사실은 누구나 안다.

경쟁력 키울 자구노력 우선

더 많은 공적자금을 투입하면 권력과 정부 그리고 이른바 시민단체를 대표한다는 세력들까지 나서서 독자가 외면하는 신문에도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하여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사태가 벌어질 우려도 있다. 경쟁력 없는 신문의 연명을 돕는 링거주사를 꽂는 격이 될지도 모른다. 신문은 경쟁을 통해서 살아남아야 하며, 자생력을 키우는 피나는 노력이 최우선이라는 원칙론에 입각해서 사태를 풀어나가야 한다. 신뢰받는 신문을 만들고 정도를 걷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자세에서 출발해야 한다. 정책적인 차원에서는 특정 신문이 아니라 신문 산업 전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제안한다.

정진석<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