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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종원] 한·EU 무역의 새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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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가 올해 세계 무역규모를 약 9% 감소시킬 것이라고 한다. 1930년대의 대공황 이래 초유의 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들을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경제성장에 도움을 주고 우리 경제에도 활력을 줄 수 있는 정책 대안은 무엇일까? 그 중 하나로 자유무역을 보완할 수 있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등과 FTA를 발효시켰으며, 미국과는 양국의 국회비준을 남겨두고 있다. 다음 달 1일로 협정 발효 5주년을 맞는 칠레와의 FTA로 그동안 양국의 교역량은 네 배가 넘도록 증가했다. FTA가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세계경제에 활력 줄 FTA

그러나 칠레같이 경제규모가 작고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와의 협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체 경제규모가 크고 우리와의 교역 규모도 큰 미국, EU, 중국, 일본과의 자유무역은 산업별로 우리 경제에 이익과 손해를 동시에 나타내면서 전체적으로 경제성장과 후생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과는 재협상 논의 등으로 비준 완료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일본과는 일본측의 전향적인 자세변화 없이는 더 이상 진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또 중국과는 협상 시작도 못한 상태다. 그렇다면 현재로서는 EU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사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EU는 한국과 FTA 협상에 전혀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나 미국이 한국과 FTA체결 움직임을 보이자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한국은 EU 요청으로 한·미 FTA협상 직후 그 여세를 몰아 EU와 FTA협상을 시작했다. 그 결과 8차 협상 끝에 몇 가지 현안을 제외하고 가체결을 한 상황이고, 계획대로라면 일괄타결한 후 4월초 런던 G20회의 때 협상완료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환급, 원산지, 개성공단 등 일부 분야에서 합의가 남아 있지만, 2년여를 끌어온 협상이 일단락된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 협상팀은 사소한 문제라도 협상을 결렬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하고 한·미 FTA 등 큼직한 현안들을 처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익 극대화를 위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

美·日과의 협상에 EU 활용

한·EU FTA가 우리 경제에 주는 의미를 살펴보면 첫째, 세계 최대경제권으로 대한(對韓) 최대 투자국이자 한국 제2의 수출시장인 EU는 한국으로부터 추가 구매할 구매력이 있으며, 기술협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

둘째, 한국 무역의 가장 큰 구조적인 문제점은 점증하는 대일(對日) 무역적자이지만 한·EU FTA가 체결되면 일제 자동차, 기계, 부품 및 소재 등의 많은 부분에서 수입선이 EU로 전환된다. 따라서 대일 무역적자가 감소할 것이며, 대(對) EU 무역흑자를 감소시켜 EU측이 제기하는 통상마찰요인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EU가 협상에서 금융, 법률 등 서비스시장 개방에 큰 관심을 가지고 한·미 FTA보다 더 큰 개방을 원함에 따라 이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의 호기로 삼아야 한다. 즉 국내에서는 EU측과 경쟁할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진출을 도모해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EU가 한국시장을 선점한다면 미국 측도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다섯째, EU는 북한문제에 미국, 일본보다 온건하며 협력적이다. EU 27개국 중 25개국이 북한과 수교하고 있으며,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평양과 개성공단 등에 이미 상당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따라서 한·EU FTA는 북한의 개방과 한반도 평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이종원 수원대 교수·한국유럽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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