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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로 글바로] 미·수·다


외국인 여성들이 한국에 거주하면서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가 인기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생활이 그들에게는 특이하게 보이더라는 얘기가 흥미롭다. 또 외국인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니 신기하고 기특하다.

등장인물들이 명칭에 걸맞은 외모이고, 일부는 외국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말을 잘한다. 수다를 떨려면 그 정도 회화 실력은 돼야 할 것이다. '수다'라는 명칭이 참 그럴 듯하다.

'수다'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니까 설명이 간단하다.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이라고 돼 있다. 그러니 좋은 뉘앙스를 주는 건 아니다. 그런데도 TV에서는 과감히 '수다'라고 이름 붙였다. 항의하는 여성도 별로 없는 듯하다. 미녀들이 하는 수다라고 판단해서일까.

그런데 그들의 '수다'에는 쓸데있는 말도 꽤 있고, 들어보고 싶은 말, 들어봄 직한 말도 많다. 더러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예리하게 파고들어 뜨끔하기도 하다.

사회적으로 '수다'는 여성 전유물이다. 남성은 아무리 수다를 떨려고 해도 잡담이나 잔소리 수준을 넘지 못한다. 또 여성은 "친구랑 수다 좀 떨다 왔지"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지만, 남성은 그러지 못한다. 남성은 스스로 수다를 떨 수 없을 뿐더러 여성이 수다를 떨어도 그것을 수다라고 편히 말하지 못한다. 기껏 남성들만 모인 자리에서 수군댈 수 있을 뿐이다.

요즘 들어서는 프로그램 영향인지 여성 앞에서 "수다 떨다 오셨네요"라고 애교 떠는 남자도 생겼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까지 남성들로서는 조심해야 한다. 모든 여성이 모든 상황에서 수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같은 말이라도 내뱉는 사람, 듣는 사람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진다. 얼마 전 정부가 경제 대책을 내놓았는데 그 명칭이 '잡셰어링'이다. '일자리 나누기'라는 쉬운 말을 놔 두고 굳이 어려운 영어를 썼다. 요즘 경제 탓을 정부에 돌리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런 용어도 시빗거리다.

이병갑 기자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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