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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이성규] 벼룩의 간을 빼먹는 관청

[시사풍향계―이성규] 벼룩의 간을 빼먹는 관청 기사의 사진

서울 양천구에서 적발된 공무원 횡령 사건의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공무원 횡령 사건이야 새삼스런 게 아니건만, 국민들이 이번 사건에서 더 분노하는 건 장애인 복지보조금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속담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든 말 같다.

양천구 비리는 부산에서 발생한 기초생활수급자 생계비 횡령사건에 따라 서울시가 실시한 감사에서 적발한 것이다. 감사원 감사 대상인 강남·노원구를 제외한 23개 기초지자체 감사 결과 용산구청 직원의 보조금 횡령 사실도 적발됐다. 비슷한 시기 전남 해남군과 경기도 양평군에서도 복지 담당 직원이 기초생활수급자 보조금을 가로챈 사실이 적발되었다.

빈곤층 급증, 예산도 급증

부산 2억2000만원, 서울 양천 26억4000만원, 서울 용산 1억1700만원, 전남 해남 10억원, 경기 양평 2000만원…. 누수 금액이 이것밖에 안 될까. 이제 막 잡아챈 고구마 줄기가 어디까지 뻗어있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경기 침체 여파로 빈곤층이 급증하면서 사회복지 관련 예산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6개 광역 지자체에서 편성한 올해 연간 복지보조금은 13조원쯤 된다. 이에 더해 지난 12일 청와대는 긴급민생대책안을 확정하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6조원을 새로 내놓았다. 공무원들도 급여에서 일정액을 청년 일자리 창출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이처럼 혼연일체로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지금, 일부 공무원들이 소외계층 지원을 위한 '복지 동맥'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국민의 혈세를 빨아먹고 있으니 참으로 민망한 노릇이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지난 13일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일선 공무원들의 복무 점검을 지시했고, 감사원은 지자체의 보조금 지급 현황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정부는 어제 복지 지원금을 가로채는 지자체 공무원에게 횡령금의 배까지 물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후약방문식의 대증요법으로는 '탐관오리' '비리 공무원'의 사슬을 끊기 어렵다. 지금이야말로 근본 처방을 준비해야 할 때다. 사회복지 전공 학자나 일선 사회복지 담당자들은 예전부터 복지 전달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현재의 복지 보조금 지급 시스템은 일선 자치센터(동사무소)에서 전산으로 자료를 입력하면 시·군·구에서 이를 취합해 은행을 통해 개인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예산 집행통장에 총 금액과 지급인원만 표시될 뿐이어서 복지 예산이 대상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거의 없다. 심하게 말하면 일선 복지 담당 공무원들의 청렴도를 믿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는 셈이다.

이제 제도적으로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우선 복지전담 공무원의 수를 늘려야 한다. 2005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사회복지담당 직원 한 명당 인구가 6725명으로 일본의 세 배, 영국이나 호주의 10배나 된다고 한다. 복지전담 공무원의 업무를 서로 연계·교차시켜서 자연스런 상호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횡령사건 이후 부산시는 수급자와 예금주, 계좌번호의 일치 여부를 확인한 뒤 입금하는 '급여필터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통합관리·정밀감사 병행을

지자체의 이 같은 자체개선 노력은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 중인 전달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외에 복지보조금 지급 현황 상시점검, 복지보조금 지급부서와 회계지출부서 분리, 개인별 가구별 통합관리시스템 구축과 함께 정기적으로 외부감사를 받도록 명문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사회복지 전문 인력 진출이 빈약한 현상 역시 개선해야 한다. 현재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중 사회복지직 비율은 절반이 채 못 된다. 복지 전담요원을 전문인으로 충원하고 이들에 대한 전문성을 높여주는 제도를 보강하면 보조금 누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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