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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로 글바로] 黨은 인격이 있나


임시국회 회기 종료가 며칠 남지 않자 다급해진 한나라당이 법안 기습상정이라는 강공작전을 폈다. 민주당이 날치기라며 발끈했다. 그런데 이들이 강공작전을 펴거나 발끈할 자격이 있을까. 별로 없어 보인다. 두 당이 인격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격이란 인성(人性)을 말한다.

인성을 지녔는지 알아보려면 이들에게 '에'와 '에게'를 번갈아 붙여보면 된다. 생명체의 여격에는 '에게'를, 비생명체의 여격에는 '에'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고액 후원금이 한나라당에 몰렸다'라는 표현에서 '한나라당에'를 '한나라당에게'로 바꾸면 어색하다. 그러므로 '당'은 생명체의 속성을 지니지 않았다.

따라서 '당' 자체는 어떤 작전을 펴거나 발끈할 자격이 없다. 자격을 부여받으려면 '당 사람들'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냥 '당이 발끈했다'라고 쓴다.

잘못된 표현일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할 수 없다. 이게 우리의 언어 습관이니까.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은, 단어의 일반적인 속성만 가지고 문법구조를 따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한나라당, 민주당은 자체로는 비인격체이지만 간혹 인격체로서 행세할 수 있다.

이처럼 비인격체가 인격적 요소를 지닐 때는 뒤에 붙는 조사를 선택할 때 주저하게 된다. '한나라당에 묻는다'와 '한나라당에게 묻는다' 중에 어느 것을 써야 할지 고민된다. 원인은 '묻는다'에서 비롯된다. '묻는' 대상은 당연히 인격체이므로 '한나라당'에 인성이 부여되었다. 직관적으로는 '한나라당에 묻는다'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렇지만 모든 표현에서 '한나라당에게'가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에(게)는 민주당이 눈엣가시와 같다'라는 표현은 예외적이다. 이때는 '에게'를 붙이는 게 자연스럽다. '눈엣가시'가 '에'보다는 '에게'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생명체인데도 비생명체처럼 보이는 것이다. 대통령은 사람인데 '대통령에게 회부한다'보다는 '대통령에 회부한다'가 나아 보인다. '회부한다'는 말이 '에게'보다는 '에'와 잘 어울린다. 이때의 대통령은 사람이 아닌 정부기관을 뜻한다.

이병갑 교열팀장 hrefmailto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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