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회장 실명전환 재산 어디 쓸까

삼성측 “탈루세금 먼저 내고 남는 돈 용처 결정”
일부에선 “사회여론 무마 카드로 활용 가능성”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이 차명재산을 모두 실명 전환함에 따라 이 돈을 어디에 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4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삼성 특검'으로 드러난 이 전 회장의 차명계좌를 모두 실명 전환하면 탈루세금을 낸 뒤 남는 금액은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이 실명 전환한 차명계좌는 삼성생명 주식 324만4800주, 삼성전자 보통주 224만5525주, 우선주 1만2398주, 삼성SDI 주식 39만9371주다. 삼성생명 주식은 올 1월 초, 삼성전자와 삼성SDI 주식은 18일 각각 실명 전환됐다. 하지만 삼성생명 주식은 조세포탈이 문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한 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주식은 19일 종가 기준 1조825억원과 255억원으로 총 1조1080억원에 이른다.

삼성은 2005년 7월 터져나온 '안기부 X파일 사건' 이후 2006년 2·7 대국민 담화를 통해 8000억원을 사회에 기부,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삼성측은 이번 차명재산 용처와 관련, 우선 탈루세금과 가산세 등을 낸 뒤 남는 돈을 어디에 쓸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2006년 발표했던 8000억원 사회헌납과 같은 기부 형태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탈루된 세금을 낸 이후 사회공헌 등을 포함한 모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유익한 일에 쓴다는 방침이어서 저소득층 및 다문화 가정 지원이나 정부의 일자리 창출 계획과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삼성 특검'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둔 상황이어서 차명재산을 그룹 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용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삼성측은 "아직 돈의 용도에 대해서는 어떤 방침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약속한 대로 '유익한 일'에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법원 판결과 돈 용도를 연결짓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한편 대법원은 최근 대법관 구성을 전면 개편, 삼성 사건을 원점에서 다시 심리하기로 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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