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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바로 글바로] 쉴 수 없는 쉼표


"아빠 개가 아기 고양이를 물어요" "아빠, 개가 아기 고양이를 물어요."

두 문장의 뜻 차이가 쉼표(,)의 기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쉼표는 단어, 구, 절 등의 경계를 짓는 데 사용된다. 또 문장을 읽어내려갈 때 숨을 고르게 하는 역할도 한다.

현행 맞춤법 규정에서는 쉼표가 들어갈 경우를 여러 가지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규정은 일반적인 규범일 뿐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요컨대 글의 성격에 따라, 또는 필자의 취향에 따라 쉼표를 적절히 사용하면 된다. 신문이나 잡지 글에서는 쉼표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고, 수필이나 소설에서는 쉼표의 쓰임이 비교적 활발하다. 논리성을 띤 글에서는 쉼표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글에서는 그 중요도가 떨어진다.

한 문장 안에 여러 개의 쉼표가 들어 있으면 숨이 끊기고 시각적으로 혼란스럽다. 기능이 다른 쉼표가 인접해 있으면 더욱 그러하다.

'철수는 사과를 좋아하지만, 배, 감은 좋아하지 않는다.'

요즘은 '하고'나 '하지만' 등 구절과 구절이 연결되는 마디에도 쉼표를 넣는 추세다. 위의 '좋아하지만' 뒤에 붙은 쉼표가 그러한 예이다. 그러나 이 경우 뒤이어 나오는 쉼표와 충돌된다. 한쪽의 쉼표를 생략하거나 뒷부분 쉼표를 가운뎃점으로 바꾸는 게 좋다.

'여야, 보수와 진보를 떠나 정치인은 균형된 시각을 가져야 한다.'

여기서 여야란 여당과 야당을 말한다. 그런데 이 글을 언뜻 보면 이상하게 읽힌다. '여야와 보수와 진보'로 느껴지는 것이다. 쉼표와 '와/과'가 섞여 쓰이면서 의미 구분을 어렵게 한 탓이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혹은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로 해야 대비가 잘 이루어진다.

'시민단체는 잘못을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잘못을 사과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내용상으로는 정부가 맞다. 하지만 글의 흐름을 보면 시민단체인 것처럼 느껴진다. 중간의 쉼표가 앞뒤를 별개의 구문으로 갈라놓았기 때문이다. 쉼표를 빼면 이런 오해가 풀린다.

이병갑 교열팀장 bk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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