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해룡 경정이 폭로한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단이 관련 의혹 대부분이 사실무근이라 판단하며 의혹 당사자들을 모두 9일 무혐의 처분했다.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단장 윤국권 부장검사)’은 이날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수단은 “마약밀수 범행을 도운 사실이 없다”면서 세관 직원 7명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합수단은 또 서울 영등포경찰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당시 서울경찰청장)과 조병노 전 서울청 생활안전부장, 김찬수 전 영등포서장 등 8명에 대해서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은 백 경정(당시 영등포서 형사과장)이 2023년 인천 세관에서 적발된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들로부터 “세관 직원 조력이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며 시작됐다.
하지만 합수단은 경찰 수사 초기인 2023년 9월 인천국제공항 실황 조사에서 운반책 A씨가 공범 B씨에게 말레이시아어로 “그냥 연기해. 영상 찍으려고 하잖아” “솔직하게 말하지 마라. 나 따라서 이쪽으로 나갔다고 해라” 등 수차례 허위진술을 지시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합수단은 “경찰이 밀수범들을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인 통역 1명만 대동해 A씨에게 통역을 시켰다”면서 “그럼에도 밀수범들의 허위 진술을 믿고 이에 근거해 세관 직원들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B씨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세관과 관련해 나는 이미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는데 경찰관이 이미 진술한 내용이 있어서 진술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단은 밀수범들의 세관 관련 진술이 객관적인 사실과 모순되고 내용이 계속 변경된다며 추궁한 끝에 “세관 직원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실토를 받아냈다.
합수단은 경찰·관세청 지휘부를 무혐의 처분한 것과 관련해 “외압을 행사할 동기와 필요성이 없었고 실제 대통령실 개입이나 관여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등포서 또한 실제 별다른 제약 없이 수사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합수단은 경찰청과 인천세관 등 30여곳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피의자 휴대전화 46대를 포렌식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와 연락한 내용을 찾지 못했다.
사건은 영등포서 브리핑 당일인 2023년 10월 10일에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대통령실 국정상황실로 최초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합수단은 백 경정이 문제 삼은 브리핑 연기와 보도자료 수정 지시 역시 경찰 공보규칙에 따른 적법한 업무 지시로 판단했다.
합수단은 백 경정이 공보규칙상 필요한 서울청 수사부장과 경찰청 국수본 마약계에 사전보고를 하지 않았고, 세관을 압수수색하기 수 시간 전 보도자료 배포와 언론 브리핑을 단행해 수사기밀 유출 우려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합수단은 “대통령실과 김건희 일가 마약 밀수 의혹과 검찰 수사 무마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은 “수사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과 다른 의혹 제기나 추측성 보도 등으로 사건 관계인들의 명예훼손 등 피해가 상당히 증폭됐다”며 “수사가 종결된 일부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결과를 우선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마약을 밀수한 범죄단체 조직원 6명과 한국인 국내 유통책 2명은 범죄단체활동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향정 혐의 등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아울러 해외에 체류하는 것으로 파악된 조직원 8명은 인적사항을 파악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기소중지 처분했다. 이들에게는 인터폴 적색수배, 입국시 통보요청 조치가 이뤄졌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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