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원 대통령실 전 행정관이 재판서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건희2’ 전화번호를 김건희 여사가 사용한 적이 거의 없다고 증언했다. “해당 번호를 정 전 행정관과 공유하며 사용하기 위해 개통했다”는 김 여사의 특검 수사 당시 진술과 배치되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신문이 이어지는 동안 수차례 정 전 행정관에게 “위증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정 전 행정관은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 심리로 열린 김 여사의 재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정 전 행정관은 2015년부터 김 여사를 알고 지냈으며 윤석열 행정부 당시 김 여사를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보좌한 측근이다.
정 전 행정관은 이날 김 여사가 비밀리에 사용한 번호로 알려진 ‘건희2’ 번호에 대해 자신이 사용했으며 김 여사는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번거로운 연락을 피하기 위해 ‘건희2’ 번호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줬고, 자신은 오는 연락들을 적당히 걸러 전달했다는 취지다.
특검은 김 여사의 수사 당시 진술과 증거 녹취록을 공개하며 정 전 행정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정 전 행정관과 자신이 공유하며 사용하기 위해서 개통한 것이다. 중요한 내용은 정 전 행정관이 당연히 보고했을 것이다. 전성배 메시지도 마찬가지다’라는 김 여사의 진술에 대해 정 전 행정관은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정 전 행정관의 대답에 재판부는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여기서 거짓말 하면 위증으로 처벌받는다”라고 지적했다.
특검은 앞선 재판서 김 여사가 ‘건희2’ 번호를 이용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 전화한 뒤 “내가 비밀리에 하는 번호다”라고 말하는 녹음 육성을 공개한 바 있다. 이날 특검이 해당 녹취를 다시 제시하자 정 전 행정관은 “한두 번 정도는 제 것을 빌려서 통화하신거 같기도 하다”라고 진술을 바꿨다.
정 전 행정관은 이날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건희2’ 번호를 통해 전달한 각종 청탁들은 거의 다 무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전씨에게) 전화 오는데 다 무시했다는 거냐”라고 묻자 정 전 행정관은 “저는 그렇게 중요한 인물로 생각 못했다”라고 답했다. 전씨는 김 여사가 운영하고 정 전 행정관이 근무했던 코바나콘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한 바 있다.
재판부는 전씨가 ‘건희2’ 번호로 보낸 문자서 ‘처남한테 시켜서 비서한테 보낼게’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본인(정 전 행정관)한테 보낸 게 아닌 거 같다. 이건 피고인의 비서한테 보내겠다는 취지다”라고 재차 지적했다. 정 전 행정관은 이에 “전성배는 저 번호가 영부인 번호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정 전 행정관은 특검 측이 김 여사가 수수 사실을 인정한 샤넬백을 제시하자 “본 적이 없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샤넬 구두에 대해서는 “한두 번 정도 신은 걸 본 거 같다”라고 답했으며 김 여사 측이 수수사실을 부인하는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서는 “본 적이 없다”라고 답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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