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요청한 국내 정밀지도 반출 요청을 두고 디지털 영토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아직 정부가 구글 지도 반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관세 협상과 맞물려 허가할 경우 영토 주권을 해외에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최근 관광 활성화 등을 명분으로 정밀지도 반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는 그간 안보상 등의 이유로 이를 거절해 왔으나, 올해는 한·미 관세 협상과 함께 정밀지도 반출 여부가 논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1대 5000 수준의 정밀지도는 자율주행, 도시계획 등에 활용되는 고정밀지도에 속한다. 업계에서는 지난 두 차례의 반출 시도 때보다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시티 등 관련 산업이 고도화되며 공간 데이터의 중요성이 훨씬 커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이 국내 첨단 산업이 초기부터 해외에 종속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서다.
IT 업계는 최근 국토교통부 비공개 회의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 입장을 아직 만들어내지 못했다”며 “우리나라와 같이 안보가 취약한 나라 케이스가 다양해서 정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술적으로 구글이 답을 해 줘야 할 것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위치 기반 서비스와 관련해 조금 더 자율적인 제도가 만들어지기를 원하고 있다”며 다른 의견을 밝혔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한·미 협상에서 다뤄질 비관세 장벽 문제와 관련해 “개선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며 한국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제한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업계는 국가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의 디지털 영토 주권 요구가 중국의 서해 영역 침탈 등과 다를 게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토 주권에 대한 문제는 중국과의 물리적 영역에서뿐 아니라 디지털 영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며 “디지털 영토 주권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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