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는 단일성이 아닌 다양성 속에서 조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다원사회’로 유명하다. 현지 최대 개신교 연합기구인 인도네시아교회협의회(PGI)는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 정신을 지키며 종교적 공존과 협력을 위해 앞장 서고 있다. 렌타 에니 심볼론 사무국장은 17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 기독교의 현황과 사회적 역할에 관해 논했다.
올해로 창립 75주년을 맞이하는 PGI는 현재 105개의 교단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교단을 하나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심볼론 사무국장은 “PGI는 단순히 교회들을 연결하는 조직이 아니라,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종교 간 신뢰를 쌓는 데 주력한다”며 “지역별 PGI를 운영은 각 지역의 독특한 특성을 반영하며, 긴급한 종교 갈등이나 사회 문제에서도 중재자 역할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의 약 87%가 무슬림인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로 알려져 있지만, 이슬람 국가가 아니다. 다원적 종교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이를 가능하게 한 주요 기반은 바로 인도네시아 헌법이 명시한 ‘판차실라(Pancasila)’ 이념이다. 판차실라는 다름 속의 조화를 중시하는 이념으로 종교 간 공존의 기틀을 마련했다.
심볼론 사무국장은 “판차실라의 정신이 교회와 이슬람 공동체 간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교 간의 신뢰를 쌓기 위해 PGI는 라마단 금식 종료 시 함께 만찬을 나누거나, 종교적 축제에서 서로 축하하는 전통을 통해 관계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판차실라의 이념은 교회가 정치를 대하는 방식에 방향성도 제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를 거치면서 내홍을 겪었다. 정당이나 이념이 극단적으로 치우쳐진 ‘정치적 양극화’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심볼론 사무국장은 이러한 양극화가 교회 내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로 쪼개진 한국교회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심볼론 사무국장은 “PGI는 교회 안에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당의 이름이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도록 교인들에게 교육을 진행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정교분리’에 따른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타인을 존중하는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심볼론 사무국장은 PGI가 정부로부터의 재정 지원을 거절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정부 지원을 받는다면 교회의 독립성을 지키기가 어려워진다”며 “PGI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사회적 불의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카르타=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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