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특수를 누리던 골프 산업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한때 폭발적으로 늘어난 골프 인구가 줄고,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골프웨어 시장도 동반 부진에 빠졌다. 여기에 그린피 폭등, 강제 서비스 끼워팔기와 터무니없는 식음료 가격 등 골프장의 폭리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업계 전반이 위축되는 모양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매출 하락을 겪으며 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크리스에프앤씨는 지난해 매출이 331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가까이 감소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적자로 전환됐다. 엘로드, 잭니클라우스, 왁 등 여러 골프 브랜드를 전개하는 코오롱FnC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 감소한 1조212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4% 급감한 16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골프웨어 상위 20개 브랜드의 총매출은 1조2435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줄었다.
브랜드 매장 수도 줄어들고 있다. 한세엠케이의 LPGA와 PGA 브랜드는 매장 수를 기존 28개에서 20개로 줄였다. 삼성물산이 2023년 상반기 론칭한 ‘메종키츠네 골프’는 1년 만에 브랜드 종료를 결정하고 롯데백화점 주요 점포에서 퇴점했다.
골프 시장은 2020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호황을 맞았다. 호흡기 질환 전염 우려가 적은 안전한 실외 스포츠라는 점이 수요를 이끌었다. 그러나 엔데믹과 경기 불황 등이 맞물리며 위기를 맞았다. 실제로 국내 골프장 연간 이용객 수는 2020년 4673만명에서 2022년 5058만명으로 증가했으나, 2023년에는 4772만명으로 다시 감소했다.
골프 시장이 위축된 원인으로는 경기 침체뿐만 아니라 골프장들의 과도한 가격 인상이 꼽힌다. 지난 7일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골프장 갑질 근절 토론회’에서 문제점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서 박 의원은 “골프장의 2023년 영업이익률을 보면 60%가 넘는 곳이 많다”며 “탕수육 한 접시 가격이 14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는데, 이는 신라호텔 탕수육(9만원)보다 비싼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국내 골프장의 그린피는 폭등세를 이어갔다. 대중형 골프장의 주중 그린피는 31.8% 올랐고, 주말 요금은 23.1% 인상됐다. 회원제 골프장 역시 비회원 주중 요금이 22.2% 올랐으며, 주말 요금도 18.3% 올랐다.
그 결과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골퍼들의 추가 지출액은 1인당 90만4000원에 달했으며, 같은 기간 골프장의 전체 추가 영업이익만 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골프장 업계는 “코로나 특수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최근에는 골프장 내장객과 매출이 모두 하락하는 추세”라고 반박했다.
패션업계는 브랜드 리뉴얼과 신사업 확장을 통해 골프웨어 시장의 침체를 돌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F의 헤지스 골프와 닥스 골프는 디자인과 소재를 고급화하며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강화 중이다. 르꼬끄 골프는 젊은층을 겨냥한 캐주얼 라인을 선보였으며, 데상트골프는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신사업과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국내 골프웨어 시장 점유율 1위인 크리스에프앤씨는 골프 의존도를 낮추고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이를 위해 이탈리아 하이드로겐, 스위스 마무트, 일본 앤드원더 등 해외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의 국내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대중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받던 국내 골프 산업이 다시 상류층 중심의 스포츠로 회귀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의 특수를 발판 삼아 부대 비용을 인상해 외면이 거듭되고 있다”며 “실제로 일본과 동남아 골프장은 항공권을 포함해도 제주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아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지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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