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낳은 세계적인 테너 라몬 바르가스(64)가 서울대 음대 성악과 정교수로 임용됐다. 서울대에 따르면 특별채용된 바르가스는 3월에 시작하는 1학기부터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다.
21세기 최고의 리릭 테너 가운데 한 명인 바르가스는 소위 ‘포스트 쓰리 테너’의 맏형 같은 인물이다. 부드러운 미성과 탄탄한 기교, 세밀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와 프랑스 오페라에 강점이 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연상시키는 후덕한 외모가 ‘파바로티의 후계자’라는 수식어에 잘 들어맞는다.
멕시코시티에서 성악을 시작한 바르가스는 1986년 이탈리아 엔리코 카루소 콩쿠르 우승 이후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 스튜디오에서 기량을 다졌다. 1988년 스위스 루체른극장에서 유럽 데뷔한 그는 1990년부터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2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대타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 출연하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공연의 성공으로 이듬해 이탈리아 라 스칼라 극장의 ‘팔스타프’에 출연하며 그해 최고의 성악가에게 수여하는 라우라 볼피 상을 받았다.
40년 가까이 세계 주요 오페라하우스에서 50개가 넘는 역할을 소화한 바르가스는 2000년 영국과 2001년 독일 등에서 최고의 성악가에 수여하는 상을 받기도 했다. 바르가스는 콘서트 가수로서도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스페인, 멕시코 가곡에도 뛰어난 해석을 보여왔다. 2015년 한국 출신 소프라노 홍혜경과 예술의전당에서 듀오 콘서트를 열며 한국 관객과 만난 적 있다.
서울대 음대 성악과가 국제적 명성의 성악가를 교수로 특채한 것은 바르가스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세르비아 출신의 테너 조란 토도로비치, 지난해 불가리아 출신의 메조소프라노 베셀리나 카사로바가 임용돼 강단에 서고 있다. 유학을 가지 않고도 오페라 본고장에서 활동했던 스타 성악가들의 실기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임용은 학생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사실 서울대 음대 성악과는 지난 10여 년 간 파벌 싸움에 따른 교수 채용 논란을 비롯해 가짜 학위 논란, 교수 성희롱 의혹, 학생 폭행, 티켓 강매 등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그 여파로 교수들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가 하면 새로 임용되지 못하면서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 음대 성악과는 비위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해외 스타 성악가들을 특채해 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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