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패션·유통업계가 ‘가짜 패딩’ 파문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거위 솜털 일정 비율 이상 함유한 ‘구스다운(거위털)’ 패딩이라고 홍보했으나 오리털, 솜 등을 넣은 패딩을 제조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데 따른 것이다. 여러 업체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국내 패션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마저 추락하고 있다.
롯데지에프알의 여성 캐주얼 브랜드 나이스클랍은 구스다운 4개 제품에서 오리털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 전량 환불 조치를 실시한다고 28일 밝혔다.
롯데지에프알은 2024년 이후 생산된 모든 구스다운 제품(아울렛 포함)을 대상으로 자체 품질 검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특정 협력사가 납품한 일부 제품에서 충전재에 덕다운이 혼합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 협력사는 납품 당시 롯데지에프알에 허위 시험성적서를 제출하고, 검증되지 않은 충전재 공급업체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롯데지에프알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유통 중인 제품을 전량회수하기로 했다. 문제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개별 연락을 통해 신속하게 전액 환불 및 보상에 대한 안내가 이뤄질 예정이다. 협력사에는 법적 조치를 진행한다.
회사는 사과문을 내고 “제품 생산 과정별 품질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협력업체 선정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등 전반적인 제작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며 “저희 제품을 믿고 구매해주신 고객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최근 패션업계에선 충전재나 원자재 구성과 함량을 의도적으로 오기재한 부적격한 상품이 판매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입점한 라퍼지스토어도가 덕다운 패딩 상품 등의 충전재 혼용률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이 밝혀져 퇴점 처리됐고, 인템포무드도 솜털과 깃털의 혼용률 문제로 전액 환불을 진행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후아유는 거위 털 80%로 만들었다고 광고한 구스다운 점퍼가 사실은 거위 털 30%로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이랜드월드 측은 “해외 현지 파트너사의 품질 보증을 신뢰하고 자체적인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한 것이 근본적 원인이었다”며 “전면적인 품질 관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 계열 의류 브랜드인 보브와 지컷에서 판매한 구스다운 점퍼에서 실제로는 상품 정보에 기재된 거위 털이 함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2024년 겨울 시즌에 생산된 보브 9개, 지컷 4개 제품에 대한 전량 판매 중단 및 리콜 조치가 진행됐다. 신세계톰보이 측은 홈페이지에 대표이사 명의 사과문을 올리고 문제가 된 제품군에 대해 자발적 환불을 진행했다.
패션업계는 가짜 패딩 논란이 커지자 자체 점검을 시행하는 등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사전 차단이 아닌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패딩에 대한 전수조사 필요성도 언급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패딩 혼용률 오기재 사태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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