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이 잇달아 열리는 가운데 이화여대에서 탄핵 찬반 진영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탄핵을 반대하는 이화인’은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대 대강당 앞 계단에서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는 이화인 시국선언’을 열었다. 이들은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는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헌재(헌법재판소)를 비판한다! 반국가 세력의 사기 탄핵을 규탄한다’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
이에 ‘이화여대 긴급행동을 준비하는 재학생·졸업생’들은 ‘윤석열 파면! 쿠데타 옹호 세력은 이화에 발붙일 곳이 없다’고 쓰인 현수막을 들고 맞불을 놨다. 이들은 ‘쿠데타 옹호 세력은 해방이화에서 나가라’, ‘쿠데타 옹호·서부지법 폭동 민주주의 파괴 세력 나가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도 들었다.
당초 탄핵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오전 11시 집회를 예고했고, 탄핵을 촉구하는 학생들이 오전 10시에 집회를 열기로 했으나 일찍부터 자리를 잡은 양측이 신경전을 이어갔다. 상대의 현수막과 피켓을 가리거나 막아서면서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참가자들은 재학생, 동문, 교내 노동자 등으로 자신들을 소개했다.
대학 측이 외부인의 출입을 막으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와 극우 유튜버, 탄핵에 찬성하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등 100여명은 정문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후 학내에 있던 집회 참가자들이 정문 앞으로 몰려가면서 고성이 오갔다. 일부 유튜버가 탄핵 촉구 집회 참가자의 이동을 막거나 참가자들과 서로 밀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갈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도 번졌다. 탄핵을 촉구하는 이들은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 극우 세력이 교정 내로 진입했고, 이화인들이 이를 막으러 행진을 하려고 하자 극우 세력이 물리적 충돌을 시도하고 있다”거나, “교내에 들어온 극우 유튜버가 여성들에게 발길질하고 팻말을 부수고 찢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대생도 아닌 단체가 와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방해하고 괴롭히니까 사람들이 가서 시국선언 하는 학생들 보호해주는 것 아니냐”, “온갖 방해와 공격에도 (시국선언 측이) 꿋꿋하게 이겨냈다” 등의 글도 올라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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