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이 변경된 데 대한 국토교통부 장관의 해명을 듣겠다며 정부세종청사 입구를 불법 점거한 뒤 퇴거 요청에 불응한 혐의로 기소된 대학생 10명이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 4단독(이제승 부장판사)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퇴거불응) 혐의 사건에서 A씨 등 20대 대학생 10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를 비롯한 3명은 벌금 200만원, 나머지 7명에겐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대학생진보연합회 소속 회원인 이들은 2023년 7월 13일 오후 3시쯤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건물 1층 보안검색대를 막고 다른 사람들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검색대 앞에 나란히 앉아 길을 막았고, 일부는 검색대 위로 올라가 ‘국토부 장관 사퇴’ 등이 적힌 현수막을 펼치기도 했다. 또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진실 밝혀라” “국토부 장관과 대통령은 사퇴하라” “김건희 일가 비리 파헤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청사 방호담당자들이 퇴거를 요구했으나 불응하던 이들은 출동한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A씨 등은 국민이 방문하는 국가기관에서 공익목적으로 의견을 표현한다고 해서 주거의 평온을 해쳤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수, 행위 양태, 행위의 지속시간, 종료된 경위 등을 보면 정치적 목적성의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이 결여돼 있다”며 “위와 같은 행동을 할 만큼 긴급하지 않아 행위의 위법성이 없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상으로 확인된 소란 정도로 봐선 피해자가 느낀 피해가 가볍지 않다”며 “자기들 정당성만 주장하고 피해자 불편에 대해선 진지하게 반성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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