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경찰관이 사용한 실탄에 난동범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전문가들이 “위급한 상황에서는 현장 경찰관의 판단력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26일 광주 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10분쯤 광주 동구 금남로4가역 교차로 인근 골목에서 금남지구대 소속 경찰관 A경감은 흉기를 든 남성 50대 B씨에게 공격당했다. “누군가 따라오고 있다”는 여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A경감은 B씨가 흉기를 꺼내 들고 다가오자 “흉기를 버리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B씨는 불응했고 테이저건과 공포탄까지 쏜 상황에서도 A경감은 이마에 얼굴 등에 중상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A경감이 실탄 3발을 발포했고 B씨는 숨졌다. 경찰은 A경감의 총기 사용이 적절했는지 여부를 포함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절차적 적법성과 결과적 정당성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경찰행정학부 명예교수는 “구두 경고와 공포탄, 테이저건 사용까지 절차상 문제는 현재까지 없어 보인다”며 “긴급한 상황에서 그 외 다른 방법을 취했을 개연성이 있는지를 보면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매뉴얼이 있지만 모든 상황이 다 다르다. 찰나의 순간 경찰관의 재량적 판단력이 중요하다”며 “공정한 법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미국에선 심각한 위법 행위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해당 경찰관이 불이익이나 처벌을 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에서 경찰사법대학장을 맡고 있는 곽대경 교수도 “경찰관도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실탄을 사용했으므로 상당히 위급하고 급박한 상황으로 보인다”면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입증할 수 있는 사진, 동영상을 보고 면밀히 파악해야 할 문제지만 현재까지는 범인의 과도한 폭력성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응 과정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현장에서 당사자가 실질적 공격을 받고 있는 절박함을 상황이 종료된 후 서류상으로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며 “당사자가 느꼈던 실제 상황을 고려해 현장 경찰관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동한 경찰관이 흉기 등으로 심각한 공격을 당하는 사건은 약 1년 전에도 발생했다. 지난해 4월 19일 광주 남구 송하동 한 주택에서도 행인을 폭행한 혐의를 받던 50대 남성이 자신의 자택으로 찾아온 경찰에게 흉기를 휘두르며 저항했다. 출동 경찰관이 공포탄 2발, 실탄 2발을 위협용으로 허공에 쐈는데도 피의자는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관은 피의자의 하체를 겨냥해 실탄 1발을 추가 발포했지만 적중하지 못했고, 다른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쏴 피의자를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 경찰관 3명이 얼굴과 다리 등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경찰관의 무기 사용에 관한 규정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이 모든 상황을 담을 수 없다고 교수들은 입을 모았다. 이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긴박한 상황을 경찰관이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짧은 순간에도 경찰관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며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한 결과도 경찰관 개인이 아니라 경찰 조직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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