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적극적 정치 행보에 테슬라 주가가 연일 하락 중이다. 머스크의 정치 성향에 대한 반발이 주식 매도, 불매운동 등으로 번지면서다. 유럽 시장에서의 부진 등 연일 악재가 겹치면서 시가총액 1조 달러도 붕괴됐다.
26일 테슬라는 이날 8.39% 하락한 302.8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주가 급락에 시가총액도 9740억 달러로 쪼그라들며 지난해 11월 7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테슬라의 주가는 4거래일 연속 하락했는데, 이 기간 1860억 달러의 시총이 증발했다.
이 같은 하락세의 배경에는 머스크의 행보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한 머스크는 최근 연방정부 공무원 구조조정과 지출 감축을 진행 중이다.
이에 반발한 시민들은 테슬라 매장 앞에서 ‘테슬라 보이콧’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테슬라 차량 소유주들이 “(나는) 일론이 미치기 전 이 차를 샀다”는 스티커를 차량에 부착하며 시작된 시위는 미국과 해외 테슬라 공장의 방화 시도로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 오리건주의 매장은 총격 공격을 받기도 했다.
보유하고 있던 테슬라 차량을 판매하기도 한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셰릴 크로우는 자신의 테슬라 차량이 견인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하며 판매 수익금을 미국 공영라디오(NPR)에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머스크는 NPR을 자주 비판해 왔다.
유럽에서의 부진 또한 머스크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유럽의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45% 감소했다.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량은 37% 증가한 상황에서 테슬라의 판매량은 줄었다. 스티브 맨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수석애널리스트는 “1월 판매량 급감으로 테슬라의 유럽 시장 진출 전략이 차질을 빚고 있다”며 “테슬라가 일론 머스크와 관련된 논란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머스크가 지난달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선거 유세에 화상으로 등장해 “과거의 죄책감을 넘어서야 한다”고 발언한 내용이 재주목받고 있다. 이는 나치 옹호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후보 시절 선거 운동에서의 손 인사가 ‘나치식 경례’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어 논란은 더욱 커졌다.
다만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선호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25일 국내 투자자가 매수한 테슬라 주식은 22억1694만 달러(약 3조1764억원) 규모다.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1위다.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 상장지수 펀드’도 15억1954만 달러 매수해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2위에 올랐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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