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4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을 불허했다. 법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넘긴 사건을 검찰청 검사가 계속 수사할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곧바로 연장을 재신청했다.
검찰 셈법은 복잡해졌다. 검찰은 윤 대통령 구속기한을 오는 27일까지로 보고 있는데 기한 안에 구속 기소하지 않으면 윤 대통령은 석방된다. 공수처가 구속 기간에 무리하게 강제구인을 시도하며 시간을 허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재차 불거질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요청한 윤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한 공수처법 입법 취지, 수사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이를 공수처와 검찰청 사이에도 적용시키는 공수처법 취지 등을 감안할 때 공수처가 수사한 후 검찰청에 송부한 사건에서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찰청 검사가 수사를 계속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지 또는 관할권 문제에 대해선 별도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공수처가 수사해서 넘긴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 여부를 바로 판단하면 되지 추가로 수사를 계속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수처에 체포됐다. 19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특수본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등에 소요된 기간을 고려해 윤 대통령의 1차 구속 기간이 오는 27일 끝나는 것으로 보고 구속 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이례적 연장 불허, 검찰도 당혹
법원 관계자는 “공수처법에 공수처가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한 사건의 경우 검찰청 검사에게 신속하게 기소 여부를 결정하라고 하고 있을 뿐 추가 수사가 가능한지에 관해 명문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며 “공수처로부터 사건 송부를 받은 검사가 구속수사 같은 적극적 강제수사를 할수 있는지에 관해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이 수사 단계에서 구속영장 기한을 연장해주지 않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검찰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법원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미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 사건에서 공수처가 수사한 사건을 검찰이 보완수사한 후 기소해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바 있다.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한데 법원이 ‘공수처는 독립 수사기관’이라는 이유로 검찰 구속기한을 연장해주지 않은 것은 너무 과도한 해석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은 윤 대통령 기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추가 조사가 필요한 만큼 영장기한 연장을 재신청했다. 만약 연장받지 못한다면, 27일 기한 만료 이전에 구속 기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일단 윤 대통령을 석방하고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결국 윤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하고 기소할 경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수사결과를 토대로 재판에서 공소 유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가 수사권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건을 이첩받고,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이후에 강제구인을 여러 차례 시도하며 구속 기간을 허비한 것에 대한 지적도 재차 불거질 전망이다. 공수처는 지난 19일 윤 대통령을 구속한 후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를 전면 거부하는 상황에서 강제구인을 수차례 시도해 ‘보여주기식 수사’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공수처는 결국 지난 23일 검찰에 사건을 넘겼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이날 법원의 불허 결정 후에 입장을 내고 “서울중앙지법이 올바른 결정을 했다”며 “검찰은 더 이상 대통령의 불법 구속 상태를 유지하지 말고 즉시 대통령을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결정에서 법원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나 법원 관할권 등에 대한 위법 수사 문제를 지적하지는 않았다.
김재환 이형민 기자 j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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