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최대어’ 한남4구역 재개발 시공권이 삼성물산 품에 안겼다. 국내 시공능력 ‘투톱’의 맞대결에서 삼성물산이 압승하며 1위의 자존심을 지켰다. 조합원 100% 한강조망권 보장, 무(無) 공사중단 등 신뢰감과 브랜드파워 등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한국 재건축의 상징’ 압구정 수주전에서도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전날 서울 용산구 이태원교회에서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전체 조합원 1153명 중 1026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삼성물산이 675표를 얻어 현대건설(335표)을 더블스코어로 제쳤다. 무효·기권표는 16표다. 삼성물산 임직원들은 총회 후 ‘한남 최고의 랜드마크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감사 인사를 했다.
한남4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51개 동, 2331가구 규모 아파트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1조6000억원에 육박한다. 일반분양 비율이 높아 한남뉴타운 구역 내에서도 사업성이 좋은 ‘노른자 땅’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물산은 이번 수주로 한남뉴타운 재개발사업에 깃발을 꽂았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분담금 상환 최대 4년 유예, 최저 이주비 12억원 보장, 공사비 인상분 최대 314억원 자체 부담 등 금융조건, 세계적 설계사와 합작한 ‘한강변 나선형 특화설계’ 등을 제안했다.
특히 ‘조합원 100% 한강조망권 보장’을 공약한 설계안이 표심 확보에 주효했다. 삼성물산의 설계안에 따르면 1652가구가 한강 조망이 가능해 조합원 모든 가구가 한강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반면 현대건설이 제안한 한강 조망 가구 수는 849가구였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강조망권 유무로 같은 단지 내에서도 집값이 수억원에서 십수억원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이 이미 수주한 3구역이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대건설은 3·4구역을 연계해 8000세대 규모 ‘디에이치(The H) 브랜드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앞세웠지만, 3구역과의 차별화가 부족하고 3구역의 존재로 4구역의 조망권이 줄어든다는 우려 등이 나왔다. 삼성물산은 또 자사 시공현장에선 공사중단 전력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남4구역 한 조합원은 “현대건설이 3구역 수주할 때 한강 조망을 약속했던 것 때문에 4구역 조합원들은 손해 보는 부분이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또 그동안 재개발 현장을 보면 아무래도 삼성은 약속을 지킨다는 점도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한남4구역 수주전은 ‘한국 아파트 재건축의 상징’인 압구정 3구역 수주 전초전으로 꼽힌 만큼, 향후 시공권 경쟁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비사업 수주에 소극적이던 삼성물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수주 행보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부진에 따라 주택 사업의 중요도가 커졌다는 시각이 있다.
올해는 신반포4차, 잠실우성1·2·3차, 개포주공 6·7단지 등 알짜배기 재건축 사업들과 여의도 시범·대교아파트,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사업성 좋은 알짜 단지에서도 시공권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특히 향후 공사비만 약 7조원이 예상되는 압구정 3구역 수주에서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재대결이 이뤄지지도 관심사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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