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이른바 ‘부정선거론’을 거론하며 12·3 비상계엄은 국헌문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은 탄핵심판 첫 변론이 열린 14일 헌재에 60여쪽 분량과 10여쪽 분량의 답변서를 각각 제출했다.
60여쪽 분량 답변서에는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에 관해 자세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산 시스템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등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어 진상 규명이 필요했다는 ‘부정선거론’이 계엄 선포의 배경으로 적시됐다.
이밖에 더불어민주당이 장관과 방송통신위원장, 감사원장, 검사 등에 대한 탄핵안을 잇달아 발의하고 정부 예산을 삭감해 ‘국정을 마비시키려 했다’는 주장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상황이 일종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서 비상계엄 선포 요건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답변서에는 계엄을 선포하고 유지·해제하는 과정에서 절차적으로 법을 어기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국헌 문란 목적’을 인정할 수 없으며, 형법상 내란죄의 요건도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담겼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저를 탄핵하든, 수사하든 저는 이에 당당히 맞설 것”이라며 29분간 주장한 내용과 비슷한 취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측은 오는 16일 탄핵심판 2차 기일에 구두변론을 통해 이 같은 주장을 구체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하므로 파면해야 한다고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고도의 통치 행위이기 때문에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반복했다고 전해졌다. 통치 행위를 이유로 형사재판, 탄핵심판 등을 할 수 없는지에 관해서는 법조계 견해가 엇갈린다. 국회 측은 대법원과 헌재의 기존 판례에 따라 기본권 침해가 발생했다면 대통령의 통치 행위도 사법적으로 심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날 제출한 10여쪽 분량의 다른 답변서에서는 국회의 탄핵소추가 적법하지 않으므로 각하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3일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발의·의결하는 과정에서 일사부재의 원칙 등 국회법을 어겼으므로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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