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한국 조선사들은 자체 부유체 개발에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은 기존에 축적한 해상 플랫폼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부유체 시장에까지 진출해 이를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조선 업계의 자체 부유체 기술 확보는 아직 초기인 한국 해상풍력 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기존 고정식 해상풍력 발전은 수심이 얕은 바다 밑 지반에 하부 구조물을 설치하고 그 위에 발전기를 얹는 방식이다. 반면 부유식은 하부 구조물이 바다에 둥둥 뜬 채로 발전기를 지탱해야 한다. 안정적으로 발전기를 견딜 수 있는 부유체 기술력의 확보가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기 구성품 가운데 하부 구조물인 부유체의 부가가치가 가장 크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용 부유체 자체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노르웨이선급(DNV)으로부터 ‘윈드하이브 15-H3’ 모델 개념설계에 대한 개념 승인(AIP)을 획득했다. 개념 승인은 기술의 안정성, 국제 규정 준수 여부 등을 검증하는 절차다.
이번에 개념 승인을 받은 윈드하이브 15-H3는 15㎿(메가와트)급 대형 해상풍력발전기까지 수용할 수 있는 모델이다. 해상풍력 업계는 적어도 10㎿를 넘는 해상풍력발전기를 장착해야 발전사업의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가치사슬 확장을 통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해상풍력용 부유체는 석유 시추용 해상 플랜트와 기술적 유사도가 높다. 해양 석유 시추 플랫폼 건조 경험이 있는 조선사들이 공통으로 해상풍력 부유체를 미래 유망 사업으로 찍은 이유다.
앞서 HD현대중공업도 지난해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24 국제해양플랜트전시회’에서 독자 개발한 해상풍력 부유체 모델이 미국선급협회(ABS)의 기본 인증을 받았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9월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인 에퀴노르와 풍력발전 설비의 부유식 하부구조물 제작과 마샬링(부유체를 타워·발전 터빈과 통합시키는 작업) 수행을 위한 독점 공급 합의서(PSA)를 체결했다. 이후 에퀴노르는 동해에서 추진 중인 750㎿ 규모 ‘반딧불이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최종 선정됐다.
현재는 고정식이 해상풍력 시장의 주류지만 부유식에 관한 관심이 커지는 흐름이다. 부유식은 발전기를 고정식보다 먼바다에 설치할 수 있어 더 빠르고 강한 바람을 전기 생산에 활용할 수 있고, 소음 피해나 경관 훼손으로 인한 주민 반대도 덜하다.
에너지경제원구원은 부유식 해상풍력이 전체 해상풍력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23년 1% 미만에서 2040년 약 11%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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