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더모아(The More)’ 카드 고객 850명이 신한카드를 상대로 제기한 ‘카드 사용 정지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5999원’ 반복 결제 등으로 카드 사용이 정지된 이들은 당초 신용카드 이용계약에 따라 유효기간까지 카드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카드 정지를 풀지 않음으로써 고객들에게 급박한 위험이나 손해 등이 발생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2일 “채권자(카드 고객)들의 주장과 제출 자료만으로는 카드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6월 14일 신청서가 접수된 지 약 석 달 만이다.
더모아 카드는 5000원 이상 결제할 경우 1000원 미만의 잔돈을 모두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알짜카드’로 입소문을 탄 상품이다. 예를 들어 8700원을 결제할 경우 700원이 적립되는 식이다. 문제는 일부 고객이 반복적으로 5999원을 결제하면서 불거졌다. 포인트 적립 한도가 없어 신한카드는 3년 동안 이 카드로 1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신한카드는 지난해 12월 29일 더모아 카드 사용과 관련해 개인회원 표준약관 및 법령 위반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카드 고객 890명에 대해 카드 사용을 정지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문을 보면 카드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신용카드 이용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연회비를 납부했기 때문에 유효기간까지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신용카드 이용이 ‘부정사용’ 또는 ‘비정상거래’라고 판단될 경우 그 소명 책임은 신한카드에게 있는데, 이를 고객에게 떠넘긴 점도 문제 삼았다. 5999원씩 결제한 행위 또한 최대한의 포인트 적립을 위한 것일 뿐 그 자체로 부정사용이나 비정상거래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한카드가 ‘한도 제한 없는 포인트 적립’을 내세우며 카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카드 정지 조치를 당장 풀어야 할 급박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권자들은 채무자가 발행한 다른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고 다른 카드사의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며 채권자들의 경제생활 영위에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카드 정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포인트 적립 불가’ 등 손해에 대해선 “채권자들은 향후 본안소송에서 손해액 산정이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채권자들이 과거에 받은 포인트 내역과 신용카드 결제 내역, 정지 통보 이후 사용한 다른 카드 결제내역 등을 통해 손해액 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가처분 신청에 참여한 고객 A씨는 “더모아 카드는 신한카드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대로 포인트 적립에 제한이 없는 차별성이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다른 카드로 대체할 수 없다”며 “카드 설계에 문제가 있다면 카드사가 책임질 일인데 고객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무더기로 카드 사용을 정지한 게 선례로 남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현재 본안소송 진행 등을 논의하고 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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