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사이에 외국인 손님을 상대로 세 차례 바가지요금을 받았다가 적발된 택시 기사의 자격 취소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서경민 판사는 개인택시 기사 A씨가 택시 운전 자격을 취소한 서울시장의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부당 징수를 규제해 국민과 외국인 방문객의 교통 편의에 이바지하고 사회의 신뢰를 증진하고자 하는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작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외국인 남녀를 인천국제공항까지 태우고 간 뒤 미터기 요금보다 1만6600원을 더 받았다.
당시 미터기 주행 요금은 5만5700원이었고 여기에 1만6600원을 추가로 입력해 미터기에 표시된 총 요금은 7만2300원이 나왔다. A씨는 손님에게 현금 7만2000원을 받았고, 부당요금 징수로 적발됐다.
A씨는 이미 2022년 4월과 8월 외국인을 상대로 톨게이트비를 부풀리거나 규정을 위반한 시계할증을 적용했다가 적발된 상태였다.
1차 적발 때 경고, 2차 적발 때 자격정지 30일을 받은 A씨에게 서울시는 자격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으로 대응했다.
A씨는 법정에서 3차 적발이 억울하다고 항변했다.
추가로 미터기에 입력한 1만6600원 중 6600원은 편도 톨게이트비였고, 1만원은 캐리어 3개를 싣고 내려준 점에 대한 ‘팁’으로 받은 것이기에 부당 요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기각했다.
만일 A씨의 주장대로 승객들이 스스로 팁을 준 것이라면 미터기에 굳이 팁 금액까지 입력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고 재판부는 봤다.
정당하게 받을 요금인 주행 요금과 톨게이트비만 미터기에 입력해 보여주면 승객들이 주고자 하는 액수의 팁을 스스로 더해 지불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당시 손님도 담당 공무원 조사에서 “미터기는 5만7000원 정도였는데 A씨가 뭔가 누르더니 7만2000원이 됐고, 기계를 보여주면서 요구해 7만2000원을 줬다”고 진술한 점 등을 보면 부당한 요금을 입력한 것이 맞는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A씨는 고작 1만원 정도를 추가로 받았다는 사유로 택시 기사 자격을 취소한 처분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재량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짧은 시간 내에 다양한 방법으로 외국인에게 부당 요금을 징수한 것은 위법성이 낮다고 볼 수 없다”면서 “원고는 1년이 지나면 다시 시험을 치고 자격을 취득해 택시를 운행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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