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단체가 배포한 사탕에 300회분 필로폰

뉴질랜드에서 자선단체가 수백명에게 전달한 사탕에 다량의 필로폰 성분(메스암페타민)이 들어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탕 한 알에 약 300회분 복용량이 함유돼 있었다.

뉴질랜드 약물재단은 취약계층 지원 단체 ‘오클랜드 시티 미션’에 남아 있는 특정 사탕을 조사해 한 조각에 약 3g의 메스암페타민이 들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미국 뉴스위크와 영국 BBC방송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클랜드 시의회는 성명을 통해 “시험 결과 해당 사탕에 치명적 수준의 메스암페타민이 들어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사탕은 ‘린다(Rinda)’ 브랜드 파인애플 사탕으로 밀봉된 소매용 포장 봉투에 들어 있었다고 오클랜드 시티 미션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설명했다.

린다는 1982년 설립된 말레이시아 소재 제과업체 ‘린다 푸드’가 운영하는 주요 브랜드다.

문제의 사탕은 앞서 오클랜드 시티 미션이 운영하는 식량 보급소에서 식료품 소포로 최대 400명에게 발송됐다. 사탕을 받은 한 회원이 “맛이 이상하다”고 보고하면서 조사가 이뤄졌다.

오클랜드 시티 미션 직원 중 일부는 직접 사탕을 먹어본 뒤 ‘맛이 이상하다’는 데 동의했다. 이들은 나중에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고 한다.

오클랜드 시티 미션은 홈페이지 상단에 ‘메스암페타민이 들어 있는 사탕 여러 개가 신원을 알 수 없는 시민으로부터 기부돼 (시중에) 배포됐다는 걸 알아냈다’며 ‘만약 해당 사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면 즉시 경찰에 연락해 주시기 바란다’고 안내했다.

뉴스위크는 “일반적으로 ‘메스’라고도 불리는 메스암페타민은 강력하고 중독성이 강한 중추신경계 자극제”라며 “이 약물을 섭취하면 즉각적이고 강렬한 ‘러시’(흥분감)나 행복감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다 복용 시에는 가슴 통증, 혼란, 정신병, 심박수 증가, 체온 및 혈압 증가, 의식 상실이 있다”며 “복용량이 충분히 높으면 심장마비, 뇌졸중, 장기 부전, 심지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중독센터는 2021년 미국에서 메스암페타민으로 인한 사망자가 3만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했다.

약물재단 사라 헬름 대표는 “일반적인 (메스암페타인) 복용량이 10~25㎎ 사이이므로 이 오염된 사탕에는 최대 300회분이 들어 있다”며 “그렇게 많은 메스암페타민을 삼키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의 사탕은 밀봉 포장 상태로 기부된 것으로 파악됐다. 각 사탕은 여느 제품과 마찬가지로 해당 브랜드 포장지에 싸여 있었다고 한다.

오클랜드 시티 미션은 성명에서 “우리는 상업적으로 제조된 식품만 식료품 소포용으로 허용한다”며 “(그 사탕도) 기부 당시 그런 제품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확산 규모를 파악 중이다. 14일 오후 현재까지 16팩이 회수됐다. 경찰은 팩당 20~30개 사탕이 들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정확한 수는 모른다고 BBC는 전했다. 자선 단체는 최대 400명에게 연락했다.

이 단체와 약물재단은 오클랜드 시티 미션 외 다른 곳에서도 사람들에게 오염된 사탕이 전달됐을 수 있다고 보고 주민들에게 해당 사탕을 먹지 말라고 경고했다.

헬름 대표는 “이 오염된 사탕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린다 브랜드 파인애플 사탕을 가지고 있다면 먹지 말 것을 권장한다”며 “만약 당신이나 당신이 아는 사람이 이 사탕을 먹고 몸이 좋지 않다면 즉시 응급 서비스에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해당 사탕을 기부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뉴질랜드 경찰은 “초기 조사 결과 해당 식품 품목인 린다 브랜드 파인애플 사탕이 지난 몇 주 동안 식료품 소포 수령자에게 배포됐을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경찰은 대중에 대한 위험을 감안해 이 문제를 우선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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