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의 살아있는 전설 김우진(32·청주시청)이 2024 파리올림픽 남자 양궁 3관왕을 달성했다. 한국 남자 양궁 사상 첫 3관왕이다. 김우진은 생애 5번째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올림픽 역대 최다 금메달 보유자 타이틀도 갖게 됐다.
김우진은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브레이디 엘리슨(미국)을 6대 5(27-29, 28-24, 27-29, 29-27, 30-30)로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양 선수는 5-5 접전을 벌이던 5세트에 세 발을 모두 10점을 맞추며 연장에 돌입했다. 단 한발로 메달 색이 정해지는 슛오프. 김우진의 화살은 중앙에서 55.8㎜, 엘리슨은 60.7㎜에 꽂혔다. 두 화살의 차이는 불과 4.9㎜ 차이였다. 김우진은 결과를 확인한 뒤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김우진은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혼성 단체전에 이어 남자 개인전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면서 한국 남자 양궁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남자 선수 최초 3관왕이다. 여자 선수는 안산과 안시현이 달성한 적 있지만 남자 선수는 없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양궁 종목에 걸려있던 금메달 5개를 석권하는 대업을 달성했다. 과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한 차례 전 종목 석권을 이뤄낸 적 있지만, 당시엔 혼성 단체전이 없어서 금메달이 4개 걸려 있었다.
김우진은 5번째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한국 올림픽의 역사도 새로 썼다. 종전 최고 기록은 하계올림픽에서 양궁의 김수녕과 사격의 진종오가, 동계올림픽에선 쇼트트랙의 전이경이 따낸 금메달 4개가 최다였다.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인 2003년 처음 활을 잡은 김우진은 이른 나이에 두각을 나타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와 2011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양궁 천재’로 불렸다. 하지만 올림픽으로 가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2012 런던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 4위에 그치며 런던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이후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김우진은 좌절하지 않았다. 하루에 약 600발의 활을 쏘면서 도약을 노렸다.
김우진은 2016 리우 대회를 시작으로 기량이 만개했다. 첫 대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그는 2020 도쿄 대회, 2024 파리 대회도 제패하며 단체전 3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파리 대회에선 한국 남자 양궁 첫 3관왕에 올랐다.
‘신궁(神弓)’ 반열에 오른 김우진의 도전은 계속된다. 그는 “앞으로도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생각”이라며 “오늘의 메달도 내일은 과거가 되기 때문에 새로운 목표 가지고 전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만일 김우진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나선다면 한국 올림픽의 역사는 또다시 쓰일 가능성이 크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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