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적수가 없었다.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개인전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양궁의 건재함을 알렸다. 대표팀 에이스 임시현(21·한국체대)은 생애 첫 올림픽에서 3관왕을 거머쥐었다.
임시현은 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남수현(19·순천시청)을 7대 3(29-29, 29-26, 30-27, 29-30, 28-2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세 번째 금메달로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3관왕에 올랐다.
여자 대표팀 모든 선수가 대회 준결승전에 오르며 한국 양궁의 저력을 다시금 보여줬다. 맏언니 전훈영(30·인천시청)이 8강전에서 튀르키예의 엘리프 고키르를 6대 2로 제압하고 준결승에 선착한 데 이어 임시현 역시 멕시코의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를 6대 4로 물리치고 4강에 오르며 얄궂은 대진표가 완성됐다.
어제의 동료가 오늘의 적이 됐다. 준결승전에서 만난 임시현과 전훈영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벌였다. 1세트에 나란히 10-9-9를 쏜 두 선수는 세트 점수를 나눠 가지며 팽팽한 흐름을 유지했다.
경기 후반엔 임시현의 승부사 기질이 빛났다. 2세트를 전훈영에 내주며 세트 점수 2-4로 밀린 위기 상황, 임시현은 4세트 29점을 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 마지막 세 발 역시 9-10-10으로 명중시키며 결승으로 향했다.
결승에서도 ‘집안싸움’은 계속됐다. 막내 남수현이 4강에서 프랑스를 6대 0으로 돌려 세우며 임시현과 금메달을 놓고 겨루게 됐다.
결승전은 숨막힐 듯 고요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국 관중들도 어느 쪽을 응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여느 때와 달리 큰 환호성 없이 두 선수의 경기를 지켜봤다. 결승전이 진행되는 내내 두 선수가 활 시위를 당기는 소리만 양궁장에 울려 퍼졌다.
임시현과 남수현은 1세트에 나란히 10-9-10을 기록하며 탐색전을 벌였다. 더 강한 쪽은 임시현이었다. 임시현은 2세트에 이어 3세트 퍼펙트를 기록하며 리드를 벌렸다. 남수현도 4세트 퍼펙트를 쏘며 세트 점수 5-3까지 따라갔지만 임시현의 마지막 화살이 10점을 향하며 메달 색이 엇갈렸다.
앞서 동메달 결정전에선 전훈영이 프랑스에 4대 6으로 밀려 메달을 따내는 데 실패했다. 1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한 뒤 4세트까지 4-4 동점으로 따라붙었지만 한끗이 모자랐다.
파리=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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