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가 범죄의 온상이 된 온라인 도박장을 운영하는 필리핀역외게임사업자(POGO)의 면허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23일 로이터 통신 등은 필리핀 도박 규제 당국인 PAGCOR이 이렇게 밝혔다고 보도했다.
전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연례 국정연설에서 모든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이날부터 금지한다고 밝혔다. 또 중국 자본이 지배하는 POGO 산업을 연말까지 폐쇄하라고 규제 당국에 명령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합법적인 업체로 가장한 그들은 도박에서 더 나아가 금융사기, 돈세탁, 성매매, 불법 입국 알선·인신매매, 납치, 잔혹한 고문, 심지어 살인 같은 불법적인 영역까지 가는 짓을 감행하고 있다”며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의 우리 법체계에 대한 심각한 남용과 무례함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POGO라고 불리는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은 2016년쯤부터 필리핀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도박이 금지된 중국 본토 고객들을 겨냥한 도박장으로 주로 중국계 자본이 투자됐다. POGO는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시대에 번창했다. POGO 산업은 필리핀에서 고용은 물론 아파트·사무실 임대, 운송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
PAGCOR에 따르면, 42개의 허가된 POGO는 직간접적으로 약 4만명의 필리핀인을 고용하고 있으며 2023년 말 현재 거의 2만3000명의 외국인이 이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무허가로 운영하는 비밀 온라인 도박장도 250∼300개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PAGCOR의 알레한드로 텡코 회장은 “국가 안보와 대통령의 명령을 발동할 수 있기 때문에 POGO를 폐쇄하는 데 문제가 없다”면서 정부는 허가된 POGO로부터 매년 약 230억 페소(약 5457억원)의 수수료와 세금을 거둬왔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2022년 집권한 마르코스 현 대통령은 POGO가 범죄 활동을 위장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보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대통령 직속 반조직범죄위원회(PAOCC)는 최근 POGO 산업과 연결된 무허가 병원들을 단속했다. 이 병원들은 수배자나 불법체류자, 범죄조직 조직원 등에게 체포를 피할 수 있도록 성형수술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에는 필리핀의 농촌에 위치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을 단속해 중국인 202명 등 갇혀있던 700명을 구출하기도 했다. 이 도박장은 사람들을 감금한 뒤 이성에게 접근해 돈을 뜯어내는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를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PAOCC는 성명을 통해 사기, 인신매매, 고문 등 범죄의 본거지인 수백 곳의 불법 POGO 도박장에 대한 단속이 계속될 것이며 이들 회사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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