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에는 구원의 능력이 있지만 시간까지 되돌릴 수는 없다.
이번 주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전국 교회학교의 여름성경학교를 준비하는 목회자와 교사들이 학생 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하는 이유다. 한 번 벌어진 사고는 다시 주워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개 드는 ‘안전불감증’
국내 한 교단의 여름성경학교 교재를 펴봤다.
‘사람들을 구출하라’는 제목의 놀이 학습은 얼음 속에 있는 3개의 미니 피규어를 빨리 꺼내는 게임이다. 얼음을 녹이기 힘든 아이들이 ‘치유’라고 외치면 교사가 얼음을 쉽게 녹일 수 있는 ‘치유 물품’을 제공하며 재미를 더한다. 그런데 ‘따뜻한 물’ ‘돋보기’ 등 몇 가지 치유 물품 중 ‘드라이어’가 들어있었다.
얼음을 녹이느라 손이 젖은 아이들에게 전기로 움직이는 드라이어를 제공하라는 안내였다.
이 같은 내용을 국민일보에 제보한 A 전도사는 16일 “자칫 아이들이 감전될 수도 있어 성경학교를 준비하는 교사들에게 드라이어는 아예 준비하지 말라고 전했다”면서 “한 번만 생각해 봐도 문제가 있는 이런 내용을 성경학교 교재에 실은 건 명백한 안전불감증”이라고 꼬집었다.
교사들 어깨 ‘무겁다’
교회학교 여름 행사는 부서 담당 목회자와 교사의 노력을 갈아 넣어 준비한다. 행사 준비를 위해서도 긴 시간 구슬땀을 흘리지만 성경학교가 시작하면 더욱 큰 헌신이 필요하다.
최재인 부산 성민교회 부목사는 “해마다 여름 행사를 준비할 때면 교사들이 모든 변수를 고려해 리허설을 한다”면서 “특히 물놀이할 때면 모든 동선에 미끄럼 방지 고무매트를 깔고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는 텐트를 설치한 뒤 텐트마다 간식도 마련해 아이들을 돌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교사 한 명당 아이들 두 명을 배정해 아이들이 교사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면서 “안전한 여름 행사를 위해서는 교사의 헌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영락교회 소년부 부장 조용철 장로도 교사들의 헌신을 언급했다.
조 장로는 “소년부가 19일부터 사흘 동안 교회 외부에서 성경학교를 하는데 출발하고 이동하는 전 과정부터 각종 프로그램과 아이들의 식사·취침 지도까지 교사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면서 “이미 여러 차례 답사를 통해 안전한 행사를 위한 사전 연습을 마쳤고 성경학교 중에도 교사들이 아이들과 함께 자며 ‘아이들의 안전한 사흘’을 책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응급상황 발생 시 후송을 위해 인근 병원과도 협력을 마쳤고 성경학교 장소에도 간호사가 상주하는 보건실을 운영한다”고 덧붙였다.
안전 가이드라인 어디 없나
정부도 야외행사가 급증하는 여름철 안전을 위해 나섰다.
행정안전부 국민안전교육 플랫폼에서는 ①준비운동 ②수영 실력 과신 금물 ③신발 착용 ④사고 시 긴 밧줄이나 막대기로 구조 ⑤구조대에 신고 등 5단계로 구성된 물놀이 안전 지침을 공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나 태풍, 폭염, 산사태 등을 대비해 ‘스마트산림재난 애플리케이션(앱)’ ‘안전디딤돌 앱’ 등을 내려받고 수시로 확인하는 걸 조언하고 있다.
대한심폐소생협회를 통한 심폐소생 교육도 유용하다.
심정지가 발생하면 생존율이 8.7%에 그치는데 심폐소생술을 통해 이 비율을 3배 이상 높일 수 있다. 교회들도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을 신청할 수 있아 편리하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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