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우리가 먼저” 한국개신교 원조 논쟁 ‘그만’

선교사 입국·첫 세례자 기준 등 따라 기념일 달라져
“무의미한 논쟁. ‘복음 나무’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 보라”

입력 : 2024-07-10 12:08/수정 : 2024-07-10 12:17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지공원에 있는 한 묘비 모습. 6·25전쟁 때 총알을 맞아 묘비 모서리가 부서져 있다. 국민일보DB

우리나라 개신교의 시작은 언제일까요?

한국교회는 내년을 선교 140주년의 해로 기념하며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885년 부활주일에 인천 제물포에 발을 디딘 헨리 G 아펜젤러 선교사와 호러스 G 언더우드 선교사의 내한을 기점으로 계산한 겁니다.

하지만 한해 앞서 우리나라에 입국한 정주 선교사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의사였던 호러스 N 알렌입니다. 그는 두 개의 신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국북장로교의 파송을 받은 선교사이면서 미국공사관 소속 의사이기도 했죠.

갑신정변 때 칼에 찔려 중상을 입은 민영익을 우리나라 최초의 외과수술로 살려낸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를 계기로 왕립 병원인 광혜원의 초대 원장이 됐고 이를 기반으로 선교의 물꼬를 텄죠.

이에 앞서 로버트 S 매클레이 선교사가 방한했던 기록도 있습니다. 감리교 파송을 받은 일본 선교사였던 그는 6월 23일 제물포에 도착한 뒤 김옥균을 통해 고종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7월 2일 외국인 선교사의 교육·의료 활동을 허락받았습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매클레이의 방한을 기점으로 올해를 기독교 선교 140주년으로 봅니다.

흥미로운 건 선교 100주년 기념행사는 1984년에 했다는 사실입니다. 매클레이·알렌 선교사의 입국을 기념한 것이죠. 그렇다면 지난 4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선교의 시작을 한해 늦은 1885년으로 보게 된 걸까요.

홍승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이사는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감리교와 장로교 선교사인 아펜젤러와 언더우드가 함께 내한한 걸 기리고 교단 화합 정신을 살려 1885년을 기점으로 140주년을 기념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정답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과연 처음이었을까’라는 첫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미궁입니다.

‘첫 성경 번역’과 ‘첫 세례자’라는 변수를 대입하면 답은 또 달라집니다.

임희국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시작은 관점에 따라 다른데 성경 번역을 기준으로 하면 1882년이 맞다”면서 “그해 3·5월 각각 ‘예수셩교 누가복음젼셔’와 ’예수셩교 요안내복음젼셔’를 존 로스와 존 매킨타이어 선교사가 서상륜 등 한국인 번역자들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이치만 장로회신학대 교수는 ‘조선인 네 명의 세례’를 복음의 첫 열매로 보고 이를 기념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교수는 “복음의 결실은 세례인데 1879년 훗날 성경 번역에 참여하는 서상륜 등 네 명의 조선인이 매킨타이어 선교사를 통해 세례를 받는다”면서 “이를 기준으로 하면 올해는 선교 145주년이 되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2025년을 선교 140주년으로 기념하면서 원조가 누구인지 찾는 노력보다 훨씬 중요한 게 있습니다. 과연 이 시대를 사는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것입니다.

복음이라는 씨앗은 심긴 뒤 나무로 자라 열매를 맺고 이를 널리 확산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기원을 찾으려는 노력은 큰 의미를 지니기 어렵습니다.

모두가 선교를 위한 마중물이 됐고 복음을 심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는 사실만 기억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2024년, 이 땅의 교회와 기독교인의 현주소는 어디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는 140주년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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