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부활주일 새벽 희뿌연 안개를 헤치고 걸어가 서울 여의도 광장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만나곤 했던 연합성가대의 웅장한 합창이 클래식 공연장에서 재현됐다. 목회자로 구성된 남성 합창단 쉐퍼즈 콰이어(단장 김학중 목사)가 주최하고 수원 펠리체 코러스, 연예인합창단 Acts29, 꿈의교회 기드온 콰이어, CBS 레이디스 싱어즈, 뮤지컬 배우 이지훈, E&F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 함께한 제1회 드림합창 페스티벌이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됐다.
20대 군목에서 70대 원로목회자까지
대규모 합창제의 첫 무대는 쉐퍼즈 콰이어였다. 흑인영가 느낌의 “우리는 찬양하는 목자들” 가사가 인상적인 ‘쉐퍼즈 송’으로 목회자들이 노래하기 시작했다. 쉐퍼즈 콰이어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전국 6개 연회의 목회자 60여명으로 구성됐다. 제1·2 테너와 바리톤, 베이스로 구분된 남성 4부 합창단으로 지난해 강릉 세계합창대회에서 반주가 있는 교회음악 부문 오픈 경연 카테고리 위너 및 금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인도네시아 발리 국제합창제에서 남성합창 부문 챔피언 금메달 및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매주 금요일 오전 안산 꿈의교회에 모여 3시간 가까이 합창 연습을 진행한다.
쉐퍼즈 콰이어의 최연장자이자 수원 종로교회에서 사역하다 은퇴한 안희선(76) 원로목사는 “셰퍼드가 아니고 쉐퍼즈”라며 웃었다. 영어 발음이 비슷하지만 개가 아니고 양치기, 즉 목회자들이란 뜻이다. 안 원로목사는 ‘젊은 목회자들과 합창대원으로 호흡을 맞추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말을 아끼고 가만있으면 된다”고도 했다. 45년 섬김 목회 경력의 지혜가 묻어나오는 답변이었다.
제1테너 파트의 이예준(25) 목사는 군종사관 후보생으로 군목 임관을 앞두고 있다. 이 목사는 “나이가 많든 적든 각자의 소리가 섞여서 제대로 블렌딩된다면 아름다운 울림으로 거듭나게 된다”면서 “이런 합창의 매력에 빠져 감리교신학대 합창단으로 활동했고 쉐퍼즈 콰이어에도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쉐퍼즈 콰이어의 지휘자인 박지훈 안산 시립합창단 예술감독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목회자 합창단에 대해 “이들의 찬양은 곧 설교”라고 표현했다. 목회자들로 구성된 합창단이기에 찬양에 에너지가 담겼고 이를 통해 성도들에게 설교처럼 특별한 감동을 준다는 설명이었다. 박 지휘자는 중·고교 교과서에 그가 작곡한 ‘도라지꽃’ ‘봄날’ 등이 수록된 실력파 음악가다.
부활절 칸타타 ‘예수’
합창제의 하이라이트는 2부 부활절 칸타타 ‘예수’였다. 1부에서 출연한 합창단 전체가 무대 뒤편 파이프오르간 앞 객석에 함께 도열함으로써 350여명의 대규모 합창단으로 다시 모였다. 이들은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예수 인트로’ ‘나를 버리리라’ ‘가상칠언’ ‘부활의 새벽’ ‘예수 파이널’ 순서로 구성된 합창을 선보였다. ‘원수를 다 이기고/ 무덤에서 살아 나셨네’ 가사의 찬송가 160장 ‘무덤에 머물러’와 ‘나팔 불~ 때/ 나의 이름’ 후렴의 찬송가 180장 ‘하나님의 나팔 소리’가 장엄하고도 웅장한 화음으로 롯데콘서트홀 전체를 가득 메웠다.
쉐퍼즈 콰이어 단장인 김학중 안산 꿈의교회 목사는 “세상엔 많은 음악이 아름다운 매력을 갖고 있지만, 그 중에도 가장 아름다운 음악은 합창”이라고 밝혔다. 합창은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악기가 전혀 없는 곳에서도, 목소리만 낼 수 있다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합창제 직전 백스테이지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김 목사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 30곡을 합창으로 녹음해 무료로 음원을 나누는 한편 교회 밖 세상으로 목회자들의 합창이 포함된 합창제를 더 널리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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