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에 보행자를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에게 마약을 공급한 의사 등이 마약류를 총 28명에게 549차례나 불법 투약한 상습범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병·의원 2곳의 의사 2명과 병원 관계자 14명, 투약자 26명 등 총 42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중 압구정 롤스로이스남에게 마약류를 처방한 의사 A씨 등 병원 관계자 7명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8명에게 수면 마취제 계열 마약류 4종을 불법 투약하고 수사에 대비해 진료 기록을 수정해 의료법과 마약류관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A씨 등은 한 사람에게 하루에 최대 10번까지, 총 549차례에 걸쳐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투약자가 돈이 없는 경우 지급 각서를 받으면서 외상까지 해줬는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8억5900만원에 이른다. A씨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사건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도 적용받았다. 약물 운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그를 퇴원시켜 의료법 등에 규정된 ‘환자의 안전한 귀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A씨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에게 마약류를 처방하고 수면 마취 상태인 여성 환자 10명을 불법 촬영하고 일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13일 징역 17년과 벌금 500만원, 792만원 추징, 5년간의 보호 관찰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A씨의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며 “마약류 남용을 예방해야 할 의사가 돈벌이에만 급급했다”면서 “수면 마취 중인 피해자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은 범행도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압구정 롤스로이스남은 지난해 8월 A씨로부터 미다졸람과 디아제팜 등을 투약받고 차를 몰다 사고를 냈다. 그의 차에 치인 20대 여성은 같은 해 11월 끝내 사망했다. 지난 1월 제1심 재판부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압구정 롤스로이스남은 즉각 항소해 현재 제2심 재판을 받고 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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